"삶이 먼저이고, 그다음이 공간이며, 건물은 마지막이다. 반대 순서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얀 겔(Jan Gehl), 『사람을 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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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ken Sekkei-Machida Station Area Community Hub “Hatmachida”
차를 위해 넓힌 길
마치다는 도쿄 서쪽에 붙은 통근 도시다.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라마치다 대로는 애초에 자동차를 위해 그어진 길이다. 차가 빠르게 흐를수록 걷는 사람의 자리는 얇아졌고, 도심을 오가던 발길은 머무를 데를 찾지 못한 채 흩어졌다.
도시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도로만큼 단단하게 제도화된 것도 드물다. 폭과 경계와 용도가 법으로 묶여 있어 좀처럼 손대기 어렵다. 닛켄셋케이가 이 대로의 한 귀퉁이에 22.7제곱미터, 약 6.9평의 건축을 밀어 넣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작아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작아야만 가능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서 모두의 것이 된다
출발점은 대로변을 오래 지켜온 민간 파출소였다. 일본에는 경찰이 아니라 상점가 조합과 자치회가 직접 꾸리는 민간 교번(民間交番)이 있다. 마치다의 그 초소도 그렇게 굴러가다가, 지킬 사람이 늙어가면서 2018년에 문을 닫았다. 시가 시설을 넘겨받았고 마치다 마을만들기 공사가 위탁 운영을 이어받았다. 목이 썩 좋은 자리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주민들은 그 작은 시설을 오래 아꼈다.
설계팀은 마치다시, 그리고 발주처인 마을만들기 공사와 함께 대로의 한 구간을 다시 짰다. 지나가는 곳을 사람이 모이고 대화가 자라는 자리로 바꾸려는 작업이었다. 구상에서 준공까지 꼬박 여덟 해가 걸렸다.
핫마치다가 딛고 선 땅은 성격이 은근히 모호하다. 제도로 보면 도로이고, 공간으로 보면 건축이며, 기능으로 보면 광장이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으니 오히려 모두에게 활짝 열린다. 만남과 휴식, 장보기와 대화와 참여가 한자리에 겹쳐 앉는 이유도 그 모호함에 있다. 다만 이 틈은 저절로 벌어지지 않았다. 시와 공사와 설계자가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 낸 예외의 산물이다.
두 해의 실험이 도면으로 들어오다
형태보다 앞선 것은 관찰이었다. 2021년과 2022년, 설계팀은 같은 자리에서 사회 실험을 벌였다. 열린 공간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덩치는 어느 정도 크기로 다가오는지, 식재는 얼마나 필요한지 살폈다. 매대 사이를 얼마나 띄워야 사람이 멈추는지, 한번 앉은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도 꼼꼼히 쟀다. 어떤 조건이 사람을 기꺼이 다가서게 만드는지 확인한 뒤에야 기능과 형태를 정했다.
설계보다 사용이 먼저였다는 뜻이다. 두 해 동안 쌓인 관찰이 그대로 설계의 입력값이 되었으므로, 겔이 말한 순서는 여기서 수사가 아니라 공정표였다.
8미터 챙이 건네는 손짓
빽빽한 상가 사이를 걷다 보면 8미터 높이의 구리 지붕이 불쑥 눈에 들어온다. 모자처럼 사방으로 열린 챙이 다가오는 사람을 가만히 맞이한다. 무엇을 닮았다고 지목하기 어려운, 추상에 가까운 몸이다. 커다란 지붕과 사람 키에 맞춘 낮은 몸통이 맞물리면서, 건물의 윤곽이 거리 풍경 위로 도드라진다.
두 척도의 공존이 이 건축의 핵심 장치다. 지붕은 대로를 흐르는 차의 속도에 대응하고, 몸통은 보행자의 팔 길이에 성큼 다가선다. 멀리서는 표지가 되고 가까이서는 가구가 된다.
유기적인 곡선을 그리는 구리 지붕은 장인들이 전통 이치몬지부키(一文字葺き) 기법으로 마감했다. 구리판을 가로로 가지런히 이어 붙이는 방식인데,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는 녹청이 앉는다. 설계팀은 이 변색을 결함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건물이 나이 들며 그려 갈 시간의 표면까지 미리 계산에 넣은 셈이다.
2,923장의 비늘
챙 아래로 들어서면 시선이 위를 향한다. 천장 안쪽부터 처마 밑면까지 목재 패널이 비늘처럼 촘촘히 겹쳐 있다. 그 겹침이 그리는 소용돌이는 원뿔 꼭짓점을 향해 아득히 빨려 든다. 패널 사이로 뚫린 좁은 삼각 틈으로 바깥 빛이 얇게 새어 든다.
패널은 두께 12밀리미터의 불연 처리 합판이다. 결 방향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맞추려고 배치는 디지털 검토를 거쳤다. 전체 2,923장 가운데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데도, 서로 5밀리미터 간격을 고르게 유지한다.
실척 제작 도면이 그대로 현장으로 갔다. 장인들은 그 도면을 처마와 천장 바탕에 임시로 붙여둔 뒤, 패널을 한 장씩 손으로 앉혔다. 시공이 한창일 때 원뿔 표면에는 분필로 쓴 좌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숫자 한 쌍이 곧 패널 한 장의 자리였다.
2,923이라는 숫자는 과시가 아니라 좌표계다.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부재를 5밀리미터 오차 안에서 관리하려면 도면과 손이 같은 언어를 써야 한다. 디지털 가공과 손의 정밀함이 만나는 그 지점에서, 낯설면서도 어딘가 아득한 공기가 태어난다.
430에서 880밀리미터 사이
몸통 아래에는 여섯 개의 카운터가 띠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높이가 430밀리미터에서 880밀리미터까지 조금씩 달라져서, 걸터앉기 좋은 자리와 서서 기대기 좋은 자리가 한 띠 안에 함께 놓인다. 사람마다 다른 자세로 도시와 만나는 셈이다. 안내를 받고 물건을 사고 표지를 읽는 일이 모두 이 띠 위에서 자연스레 일어난다.
높이의 차이가 곧 쓰임의 차이다. 이 건축에서 프로그램을 실제로 가르는 것은 벽이 아니라 상판의 높이여서, 22.7제곱미터 안에서도 서로 다른 행위가 부딪치지 않는다. 칸막이를 포기하고 치수를 택한 판단이다.
밤이 오면 구조물 전체가 등불로 바뀌어 챙 아래가 훤히 드러난다. 높이 1,800밀리미터 강관 안에 지름 60밀리미터 램프형 조명이 박혀 있어, 밝기를 낮추면 거리가 나직이 물든다.
네 개의 기능, 한 사람의 자리
도시와 사람을 잇는 작은 기능 네 가지가 이 안에 들어 있다. 인포메이션, 테이크아웃, 숍, 스팟이다.
인포메이션 창구에는 마을만들기 공사 직원이 상주한다. 역 주변 상점과 행사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길을 일러주므로, 이 창구는 방문자가 마치다와 처음 만나는 지점이 된다. 테이크아웃은 지역 사업자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포장 전용 매장을 여는 자리다. 가벼운 한 끼가 거리에 일상의 활기를 슬며시 되돌린다. 숍에서는 지역 상인과 공예가의 물건을, 만든 이의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고 판다. 스팟에는 앉을 자리와 식재가 놓여 있어, 워크숍이나 작은 행사가 열릴 때마다 성격이 달라진다.
22.7제곱미터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
이 건축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22.7제곱미터가 아니라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인포메이션 창구가 비는 순간 나머지 세 기능은 지붕 아래 놓인 가구로 돌아간다. 앞선 민간 파출소가 멈춘 이유도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지금은 공사 직원이 그 자리를 메우지만, 위탁 구조와 운영 예산이 흔들리면 공간의 성격도 함께 흔들린다. 건축이 감당할 몫과 운영이 감당할 몫은 여기서 분명히 갈린다.
확산 가능성도 따져볼 문제다. 도로 위에 건축을 놓기까지 필요했던 것은 형태가 아니라 제도적 예외였으니, 그 예외를 얻는 과정 자체가 설계의 절반이었다. 여덟 해의 협의, 두 해의 사회 실험, 구리 지붕과 2,923장의 수작업은 모두 이 자리에 한정된 조건이다. 다른 도시가 여기서 가져갈 것은 모자 모양의 지붕이 아니라, 설계 이전에 사용을 검증한 절차다.
반론도 가능하다. 이만한 정성이 22.7제곱미터에 집중되는 동안 대로 전체의 보행 환경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잘 만든 점 하나가 선을 바꾸지는 못하며, 설계팀도 그 한계를 이미 알고 있다. 핫마치다는 하라마치다 대로를 되살리는 여러 거점 가운데 첫 번째다. 이곳에서 자란 가게가 도심 어딘가에 제 자리를 얻는 경로까지 구상에 들어 있다. 점이 선이 될지는 두 번째 점이 놓이는 자리에서 판가름 난다.
완성이 목표가 아닌 건축
구조물의 완성은 목표가 아니다. 작은 랜드마크로서 이 건축이 지닌 의미는 시민들이 아끼고 계속 쓰는 동안 거듭 새로워진다. 두 해의 관찰이 삶을 먼저 읽어냈으니, 22.7제곱미터는 그 위에 고스란히 얹힌 셈이다.
도시 재생의 관습적 접근에 이 작은 건축이 던지는 물음은 분명하다. 크기가 아니라 오래 이어지는 쓰임이 도시를 바꾼다. 그러므로 검증해야 할 것은 이 건축이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다. 다섯 해 뒤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그 챙 아래에 서 있는가다.
프로젝트 크레딧
설계 닛켄셋케이(Nikken Sekkei)
실시설계 및 시공 스즈키 디자인 앤드 빌드(Suzuki Design & Build)
협력 스팟 디자인(Spot design), 메멘트(MEMENT) 우에다 다카아키
발주 마치다 마을만들기 공사(Machida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
위치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하라마치다 대로
용도 커뮤니티 허브(인포메이션, 테이크아웃, 숍, 스팟)
준공 2025년
면적 22.7제곱미터(약 6.9평), 지상 1층, 최고 높이 8미터
사진 히요시 쇼타(Shota Hiyoshi), 일부 닛켄셋케이 제공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Text description provided by the architects.
As the importance of walkable urban environments continues to gain global attention, 'hatmachida' represents a practical urban strategy that inserts a compact 22.7 m² architectural intervention into a corner of a major thoroughfare as a catalyst for public activity. By deliberately positioning a small yet active presence within the city fabric, the project seeks to generate ripple effects across surrounding districts. Architecture that evolves through sustained use over time questions conventional approaches to urban renewal and proposes an alternative model for shaping cities in the years ahead.
Transforming passageways into places of "belonging" –The stage is the road space, the most institutionalized and fixed element within the city. Haramachida Odori, the main thoroughfare of Machida City—a commuter town with good access to central Tokyo—was developed as a road for cars. This infrastructure weakened the tendency for pedestrians to circulate and linger in the central city area.
Using a privately run police box as a starting point, long beloved by locals despite its location, we worked with the city and our client, the Machida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 to transform a section of the boulevard. We shifted it from a "place to pass through" into "a place where people gather, and where conversation and connections can naturally arise." The hatmachida occupies an ambiguous space: institutionally, it's a road; spatially, it's architecture; functionally, it's a plaza. This very ambiguity—belonging to none and to al— becomes the driving force that accommodates diverse activities such as meeting, resting, shopping, conversing, and participating, creating breathing space within the city.
This approach to architecture was derived through social experiments conducted in 2021 and 2022. Activities in the open space, the sense of volume, the quantity of planting, the spacing of shops and their effects, the length of time people lingered, and the qualities that make places inviting were all verified and used as inputs into the building's function and design. Completion of the structure itself is not the goal; as a microlandmark, its meaning continually renews as citizens cherish and continue to use it. This marks the starting point for future urban and town development.
A symbolic, welcoming structure – Along the building-lined avenue, an eight-meter high copper roof emerges as a striking, distinctive feature. Open to all sides like a hat, the roof creates a natural welcoming gesture. The building's shape is highly abstract. The contrast between the large roof and the lower volume, scaled to human proportions, brings the building's outline into relief within the streetscape.
The organically contoured copper roof was finished by skilled craftsmen using the traditional ichimonji‑buki standing‑seam technique. Embracing the patina that develops over time, it forms a "landscape of time" as the building ages. From the ceiling cavity to the underside of the eaves, digital studies were conducted to determine the placement of 12‑millimeter‑thick, specially processed non‑combustible plywood panels (solid stock), aligned precisely along the grain direction.
A total of 2,923 uniquely shaped panels were designed to be installed with a consistent 5 mm gap between each, based on full‑scale (1:1) fabrication drawings. On site, craftsmen temporarily fixed these drawings to the soffit and ceiling substrates, carefully installing each panel one by one. By combining advanced digital fabrication techniques with meticulous craftsmanship, the project gives rise to a spatial atmosphere that feels both contemporary and quietly nostalgic.
At the base, six continuous counters (parapets) of varying heights (430 880mm) were installed, which function as points of contact between people and the town for guidance, information dissemination, sales counters, signage, etc. At night, the entire structure becomes a lantern, quietly illuminating the town through dimmable 60φ lamp-type lighting integrated into H1800 mm steel pipes, reviving the urban landscape.
This micro landmark incorporates four small functions that connect the city and its people (information, takeout, shop, and spot). Staff from the Machida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 are permanently stationed there, providing interactive data (information) on station-area shops and events, as well as directions. Thus, it serves as the initial point of contact between visitors and the town. Takeout: where local businesses and individuals aspiring to start food and drink ventures within the city operate takeaway-only outlets, fostering everyday vibrancy via light dining. Shop: where products from local businesses and craftspeople are introduced and sold alongside their makers' stories, connecting people with each other and with the town.
from archdai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