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은 집 안에 들여놓은 풍경이 아니다. 이 집을 구상하게 한 조건이다.”— HW 스튜디오Casa Malonic in Zihuatanejo Frames Mexico's Pacific Landscape With Modernist Clarity닫힌 길에서 열린 바다로멕시코 지와타네호의 가파른 숲길에서 카사 말로닉을 만나면, 태평양보다 먼저 벽이 눈에 들어온다. 도로의 굽이를 따라가는 노출 콘크리트 벽과 흰 매스가 집 안을 가린다. 바다를 향한 집인데도 입구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연이 공간 경험의 출발점이다.벽 안쪽의 앞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높은 흰 벽에 둘러싸인 원형 중정에 닿는다. 벽 위로는 하늘과 나무 끝이 보이고, 벽 사이로는 바다의 일부가 스친다. 전망을 한꺼번에 내주지 않는 동..
"공간과 시간이 무엇을 뜻하든, 장소와 계기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뜻한다."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 Schemata Architects restores guesthouse nestled in ancient Irish rainforest. Two Stone Houses Askew, a Room in the Gap숲을 지키는 숙소아일랜드 남서부 글렌개리프(Glengarriff)에는 드롬개리프(Dromgarriff) 우림이 자리한다. 넓이는 39헥타르에 이르며, 아일랜드에 몇 남지 않은 온대우림이자 생태 보호 구역으로 묶인 숲이다. 2022년 땅을 산 소유주는 숲을 보전하며 야생으로 되살리기 시작했다. 그 비용 일부는 숲 곳곳에 흩어진 게스트하우스 다섯 채를 웰니스 리트리트로 바꾸어 마련..
“나는 콘크리트와 철이 지난 세기의 재료였고, 21세기의 핵심 재료는 다시 나무가 되리라고 믿는다.” 구마 겐고(Kengo Kuma) A Temporary Mountain Made to Return: Six Operations, One Joint, and a Stage of Circulation야노아오야마 건축 디자인. 제76회 전국 식수제 오노다테쇼(Onodatesho Pavilion at the 76th Japan's National Tree Planting Festival)잔디 광장에 선 임시 산전국 식수제는 1950년부터 해마다 열려 온 숲 보전 행사다. 행사마다 임시 국가 건축물이 서며, 그 중심의 오노다테쇼는 일왕 부부가 자리하는 의례용 파빌리온이다. 관례에 따라 행사가 끝나면 곧 허문다. 제..
“재료는 뒤로 물러나고, 빛이 주된 재료가 되기를 바랐다.” — 마헨드라 구사인·드루브 구사인 빛을 들이는 집, 사원 곁의 경계를 세우다 ROOMOOR-Monastic Field Light Within, A Boundary Beside the Temple사원 곁에서 집은 얼마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인도 발레슈와르의 자이나교 사원 부지에 들어선 모나스틱 필드는 그 물음에 낮은 높이와 닫힌 외벽으로 답한다. 사원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백 명인 곳이다. 가족의 생활을 지키면서 사원이 장소의 중심으로 남도록, 룸무어는 하나의 큰 덩어리 대신 작은 콘크리트 매스들을 모았다.닫힌 외곽, 이어지는 내부바깥에서는 창이 드문 벽과 높이가 다른 직육면체가 먼저 보인다. 붉은 사암으로 마감한 낮은 담과 바닥은 콘..
“이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업입니다.” —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Bilbao Fine Arts Museum / Foster + Partners다시 열린 입구빌바오 미술관 앞에 서면 1945년 건물의 벽돌 입면 위로 넓은 새 지붕이 보인다. 오래 닫혀 있던 원래의 정문이 다시 열렸고, 거리에서 들어온 사람은 유리벽 너머로 아트리움을 마주한다. 미술관은 1970년대 증축과 2000년대 초의 개입을 거치며 여러 건물로 자라났다. 이번 작업은 그 사이를 오가는 길과 입구의 위계를 다시 잡는다. 아리아가 광장에 놓인 프란시스코 두리오의 분수는 비워낸 중앙 공간의 초점이 되었다. 이곳에서 오래된 입면과 새 기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땅을 비우기 위해 들어 올린 전시실새 증축동 ‘아그라비..
“그늘과 바람을 위한 기반시설이다.” — RAD+ar RAD+ar (Research Artistic Design + architecture)-Mitte Oblique Garden지붕 아래 놓인 도시의 쉼표자카르타의 빽빽한 도시 조직 사이로 넓은 지붕이 펼쳐져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붉은빛 지붕 한가운데 길쭉한 틈이 열려 있고, 그 아래로 나무와 머무를 자리가 드러난다. 주변에는 낮은 건물이 이어져 있어 지붕의 넓이가 한층 도드라진다. 미테 오블리크 가든은 이 수평의 면 아래 식사와 산책, 만남을 위한 공간을 품고 있다.설계한 사무소는 인도네시아의 RAD+ar다. 설계자는 밀도 높은 자카르타에서 사람의 척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이 목표는 넓은 지붕과 열린 가장자리, 정원을 따라 놓인 좌석에서 ..
“풍경과 함께 짓는다.” — 메사 아틀리에 Mesa Atelier-Barrancos Mortuary열린 땅에서 조용한 방으로포르투갈 바랑쿠스의 장례시설은 묘지의 높은 지반과 오래된 올리브 숲의 낮은 지반 사이에 놓인다. 두 높이 사이에 건물을 앉힌 덕분에, 찾아온 사람은 먼저 바깥의 풍경을 만난다. 전망대에서 건물 입구로 내려오는 사이 열린 광장이 펼쳐지고, 잠시 모여 설 자리가 생긴다. 메사 아틀리에가 말하는 ‘풍경과 함께 짓기’는 이 높이차를 받아들이는 배치에서 시작한다.광장을 받치는 기단에는 지역의 편암이 입혀져 있다. 거친 돌의 수평선 위로 흰 예식실 매스가 솟고, 둘 사이의 틈으로 멀리 경관이 비친다. 기존의 건식 석축과 새 건물의 석재가 시각적으로 이어지는 반면, 흰 벽은 이곳에 다른 시간이 ..
“건축은 공간만큼이나 관계도 빚을 수 있다.” — 리처드 우드 놀이의 지형이 세대를 잇는 방법 Snøhetta-Sky House, Pavilia Farm 홍콩 타이와이의 높은 주거동 사이, 낮고 둥근 건물 앞에 놀이 언덕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거나 그물 통로를 건너고, 건물 안에서는 굴곡진 바닥을 따라 다시 움직인다. 스뇌헤타가 설계한 스카이 하우스는 파빌리아 팜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클럽하우스다. 이곳의 질문은 분명하다. 서로 다른 세대의 생활을 한 지붕 아래 놓으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관계가 생길까?바깥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놀이스카이 하우스의 진입은 문 앞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바깥 놀이터의 높낮이가 아이들을 이끌고, 그 흐름이 유리벽 너머 1층의 놀이 공간으로 이어진다. 실..
“공공 공간은 스스로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 genarchitects Aranya Youyi Bay Community Regeneration / genarchitects — Agenda Priority Arrangement넓은 광장에는 이미 삶이 있었다. 아침에는 달리는 사람이 지나갔고, 저녁에는 아케이드 아래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시장과 공연도 열렸다. 친황다오 아라냐 유이만의 재생은 비어 있는 장소를 채우는 사업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드러난 새로운 필요에 응답하는 증축이었다.광장보다 길어진 가장자리중국 음식점과 추가 점포가 필요해지자, 설계팀은 기존 디지우랑을 식당으로 바꾸고 단층 유닛 세 동으로 나무가 있는 중정을 둘렀다. 다른 두 유닛은 호텔과 아파트를 따라 대체로 나란히 놓..
“누구든 더 템플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스쿨리 모겐센 Crosses Open to the Sky약속에서 장소로아이슬란드 흐밤스비크의 더 템플은 한 사람을 위한 약속에서 출발했다. 스쿨리 모겐센은 아내 그리마를 위해 결혼식을 올릴 공간을 짓기로 했다. 2025년 8월 16일, 그 약속은 낮은 초지 위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곳의 의미를 결혼식 하나에 묶어 두지는 않는다. 설계자와 운영자는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도 머물며 해석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한다.흐밤스비크의 운영 주체는 이 땅에 있던 옛 신전과 뒤이은 교회의 역사를 설계의 배경으로 든다. 더 템플은 종교적 차이를 지우기보다 여러 상징을 한 장소에 겹쳐 놓는다. 이는 장소에 얽힌 역사를 현재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