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언덕 위에 놓여서는 안 된다. 언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Denniston-Aman Nai Lert Bangkok나무 한 그루가 세운 건축방콕 한복판에 이런 틈이 남아 있다는 사실부터 이상하다. 나이러트 파크, 2만 8천 제곱미터 남짓, 평수로 8,570평에 달하는 이 초록 안에 아만 나이러트 방콕이 몸을 낮추고 앉았다. 장미셸 가티(데니스톤)의 손을 거친 이 건물은 밀도로 악명 높은 도시에서 스카이라인과 겨루는 대신 다른 승부를 택했다. 유리와 콘크리트가 빼곡한 도시 위로, 이곳만 조용히 초록 속으로 가라앉는다. 대지 한가운데는 수령 백 년을 넘긴 폼퐁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서 있다. 저녁이면 나무 그림자가 목재 벽을 타고 길게 눕고, 그 그림자를 따라 방의 결이 바뀐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그리스 속담 MOLD Architects-PERMA Serifos Retreat돌산이 열어주는 다섯 채의 집 그리스 세리포스 섬, 북쪽을 향한 돌산의 비탈에 다섯 채의 집이 들어선다. 페르마는 이 비탈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꾼 건축이다. 건축가는 이 땅에 새로운 형태를 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미 그 자리에 있던 재료와 질감을, 풍경이 남긴 빈틈까지 하나씩 골라낸다. 돌은 돌대로, 빛은 빛대로 제자리를 찾는다. 건축은 이 섬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성질을 액자처럼 담아낸다. 그렇게 담긴 풍경은 거처의 내밀한 경험으로 바뀐다. 격자가 짜는 풍경 이 집을 지탱하는 질서는 콘크리트 격자다. 격자는 풍경 위에 추상적인 틀을 얹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땅에 흩어진 여러 요소를 하..
대지를 가볍게 딛어라.-글렌 머컷(Glenn Murcutt) RipollTizon Estudio de Arquitectura-Social Housing in Ibiza도시의 경계에서 이 건물은 이비자 마리나의 주거지와 범람원 사이,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경계에 서 있다. 리조트와 휴양 시설, 아파트가 뒤섞인 주변 풍경은 뚜렷한 질서를 찾기 어렵고,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건물들이 흩어져 있을 뿐이다. RipollTizon 건축사무소는 이 무질서한 배경에 스스로를 맞추는 대신,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주변을 닮기보다 이 섬의 기후와 생활 방식에 뿌리내린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파예사의 기억 건축가들이 눈을 돌린 곳은 이비자의 오랜 농가, 파예사(payesa) 가옥이다. 흰 벽과 볕을 가려..
Physicalist- Baan Salaya Nakhon Pathom, Thailand 890 sq.m. Single Storey, Single Section20 rooms spread along the perimeter, then the paths towards them make the hierarchy. The sky above the house is shaped through the roof angles -on the inside, its steeper angle leans inwards to make extra height, coziness and warm sense of protection in the courtyard - on the outside, the gentler angle leans ..
건물이 좋은 건축이 되려면,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페터 춤토르Of Possible-The Findling숲으로 돌아가는 길미국 뉴욕주 오스터리츠, 안개 낀 활엽수림 사이로 나무 오두막 한 채가 땅에서 살짝 떠 있다. 오브 파서블이 설계한 이 91제곱미터, 약 28평 규모의 리트리트는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두 정신분석가 부부가 의뢰했다. 이들은 과거 다른 건축가와의 힘겨운 작업을 거치며 자신들의 전원 부지와 소원해진 상태였다. 이번 프로젝트가 짊어진 과제는 단순한 공간 복원이 아니었다. 건축이라는 행위 자체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그 치유적 전제는 장식이 아니라 모든 재료 선택의 근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회복을 향한 건축을 만들어냈다.건물은 세 가지 요소로 나뉘..
땅을 가볍게 딛어라호주 원주민의 오랜 속담이자, 건축가 글렌 머컷이 평생토록 새겨온 말 Miller Hull Partnership-Trestle Cabin비탈과 전나무 사이에서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110여 킬로미터, 샐리시해(Salish Sea)에 떠 있는 외딴 섬 하나에 트레슬 캐빈이 자리한다. 전나무와 마드로뇨가 빽빽이 들어찬 비탈 끝, 산후안 제도(San Juan Islands)를 향해 남쪽으로 시야가 트인 자리다. 가파른 지형과 까다로운 접근로는 설계를 가로막는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출발점이 되었다. 밀러 헐 파트너십(Miller Hull Partnership)은 경사면을 깎아내는 대신, 거주 공간 전체를 나무 캐노피 사이로 들어올리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지면은 다시 섬의 동식물에게 돌아갔고,..
"벽돌은 내게 말을 건다. 벽돌은 내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 루이스 칸(Louis Kahn) brick chambers and cavernous passages shape this 'anthill' house in india대지에서 솟은 붉은 둔덕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도시 아힐야나가르(Ahilyanagar). 빛이 강하고 공기가 건조한 이 땅에, 붉은 벽돌로 쌓은 집 하나가 낮게 엎드려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대지의 일부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인다. 이름도 그렇다 — 앤트힐(The Anthill), 개미집. 카우샬 타티야 아키텍츠(Kaushal Tatiya Architects)의 수석 건축가 카우샬 수레시 타티야(Kaushal Suresh Tatiya)와 스위티 무타(Sweety Mutt..
"집은 바깥세상에서 편안함과 친밀함을 찾을 수 있는 최후의 장소여야 한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án) Wahana Architects-El House환대의 집 엘 하우스(El House)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대가족과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가까운 동료들을 위한 따뜻한 안식처로 기획되었다. 자카르타(Jakarta)의 주거지 한편, 강변 대지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세대와 관계를 아우르는 유대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진심 어린 바람에서 출발한다. 와하나 아키텍츠(Wahana Architects)는 그 바람에 답하듯, 편안함과 여유가 자연스럽게 모임의 분위기를 이끄는 집을 설계했다. 특별한 격식 없이도 삶이 흘러들고 사람이 모이는 곳, 바로 그런 공간이었다. 삶의 구심점 집의 공간 ..
"도시는 가장 야생적인 형태의 자연이다."— Rem Koolhaas Edgar Mazo + CONNATURAL-Prado Park폐허에서 공원으로 메데인(Medellín) 북동부, 아란후에스 지구의 골목은 평탄하지 않다. 건축 비평가 카를로스 메사 곤살레스(Carlos Mesa González)는 건축 저널 Circo에 이렇게 적었다. 이 동네의 거리는 단일한 평면 위에서만 펼쳐지지 않는다고. 집들의 요철 벽면이 층층이 쌓아 올린 지형 위로, 삶은 여러 고도에서 동시에 흘러간다. 그 단순하고 균질해 보이는 풍경은 조용히 뒤틀리고, 해체되고, 다시 스스로를 재조합한다. 프라도 센트로 공원(Prado Centro)은 바로 그 논리를 땅으로 구현한다. 완만하게 기울어진 대지를 완전히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
"빛은 물질이다. 나는 빛으로 공간을 조각한다."— James Turrell James Turrell + SHL-As Seen Below – The Dome, a Skyspace지상의 원형 오르후스(Aarhus) 도심 공원 한가운데, 풀빛 언덕이 완만하게 솟아오른다. 그 언덕 위에는 불에 구운 점토 빛 원형 구조물이 조용히 앉아 있다. ARoS 미술관 본관의 붉은 외벽과 색을 나누고 있으면서도, 이 원형 돔은 그 자체로 도시 안의 또 다른 지형처럼 느껴진다. 항공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선명하다. 원의 중심을 향해 잔디가 기울어지고, 그 끝에 어두운 원형 개구부가 뚫려 있다. 마치 도시가 숨을 들이마시며 만들어낸 구멍처럼. 이것이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과 슈미트 함머 라센(Schmidt 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