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적 시간은 서구의 발명이다.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경이롭게 얽혀 있다.” —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Suite Arquitetos-Apartamento JLS대로의 속도를 등지고상파울루에서도 손꼽히게 붐비는 대로가 이 집 곁을 지난다. 자동차와 소음, 사람들의 움직임이 하루 종일 쉼 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스위트 아르키테토스는 도시의 속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대신 그와 반대되는 시간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오래되고, 무겁고, 쉽게 변하지 않는 돌과 나무의 시간이다.가공을 최소화한 표면은 재료가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는다. 이 집은 세월을 새기는 방식에서 도시보다 돌과 나무를 닮았다. 내부 공간 역시 벽과 문으로 명확하게 분절되기보다, 서로 다른 재료가 ..
"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집단 예술 작품이며, 건축은 그 도시의 본질이다." — 로헬리오 살모나(Rogelio Salmona) Plan:b arquitectos-23 Living비탈이 그려낸 도시 조직 메데인(Medellín)의 동쪽 산비탈에 프로벤사(Provenza) 지구가 걸터앉아 있다. 이곳의 도시 격자는 반듯하지 않다. 가파른 지형이 길의 방향을 여러 차례 비틀어 놓은 탓이다. 플랜:비 아르키텍토스(Plan:b arquitectos)에게 주어진 대지 역시 길고 좁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는 이 조건을 걸림돌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탈을 핑계 삼아 동네에 무언가를 되돌려줄 기회로 읽었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공공 계단길 건축가는 건물 남쪽에 계단으로 된 공공 통로를 냈다. 이 길은 블..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옳다." —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ULTRA STUDIO-Apartment in Uehara균질한 혼돈, 도쿄 도쿄의 거리는 통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예찬받는다. 필지마다 제멋대로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탓이다. 사람들은 이 무질서를 도시의 성격이라 부른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면 풍경은 뜻밖에 균질하다. 흰색과 회색, 베이지와 갈색이 끝없이 이어질 뿐 뚜렷한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베이지 타일을 붙인 콘크리트는 도쿄 아파트의 표준 외피로 자리 잡았다. 기원은 여전히 흐릿하다. 그럼에도 이 풍경은 늘 거기 있었던 "자연"처럼 느껴진다. 야생의 자유와 진부함이 공존하는 이 풍경을 다시 평가하..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얹혀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belinda stewart architects to lead preservation of frank lloyd wright's 'fountainhead' house보존의 손길이 시작되다 미시시피 미술관(Mississippi Museum of Art)이 파운틴헤드(Fountainhead)의 보존과 복원을 이끌 건축사무소로 벨린다 스튜어트 아키텍츠(Belinda Stewart Architects)를 선정했다. 파운틴헤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미시시피주 잭슨에 설계한 주택으로, 미술관은 2025년 11월 이 집을 사들였다. 라이트가..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여야 한다. 언덕에 속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JAK Architecture-Cathedral House언덕이 먼저 보이고, 집은 나중에 보인다호주 빅토리아주 손턴(Thornton)의 구릉지를 오르다 보면 마른 풀밭과 유칼립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능선의 한 자락에 낮게 앉은 회색 덩어리, 그것이 캐서드럴 하우스다. 골이 진 박공지붕이 뒤편 산등성이의 각도를 그대로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래된 농가 창고로 보이기도 한다.가까이 다가서면 두 개의 몸체가 L자로 맞물린다. 외벽은 세로로 켠 목재와 널결 콘크리트(board-formed concrete)가 나눠 맡는다..
"건축은 빛 아래 모인 형태들이 벌이는, 능란하고 정확하며 장엄한 유희다."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비워냄이 열어젖힌 집 Pascali Semerdjian Arquitetos-Leblon Apartment바다가 먼저 도착하는 집리우데자네이루 레블론. 창을 가득 채운 것은 벽이 아니라 바다다. 파스칼리 세메르지안 아르키테토스가 2023년에 마무리한 300㎡(약 91평) 규모의 리노베이션은 이 바다를 향해 열리는 방식을 다시 쓴 작업이다. 해사하게 밝은 실내로 해안의 빛이 밀려들고, 아이보리빛 천과 옅은 목재, 결이 성근 러그가 그 빛을 부드럽게 되받는다. 집은 화려함 대신 차분한 밝음을 택한다.이 모든 변화는 하나의 과감한 결정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평면 한가운데를 지배해 온 나선 계단..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그리스 속담 MOLD Architects-PERMA Serifos Retreat돌산이 열어주는 다섯 채의 집 그리스 세리포스 섬, 북쪽을 향한 돌산의 비탈에 다섯 채의 집이 들어선다. 페르마는 이 비탈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꾼 건축이다. 건축가는 이 땅에 새로운 형태를 세우지 않는다. 대신 이미 그 자리에 있던 재료와 질감을, 풍경이 남긴 빈틈까지 하나씩 골라낸다. 돌은 돌대로, 빛은 빛대로 제자리를 찾는다. 건축은 이 섬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성질을 액자처럼 담아낸다. 그렇게 담긴 풍경은 거처의 내밀한 경험으로 바뀐다. 격자가 짜는 풍경 이 집을 지탱하는 질서는 콘크리트 격자다. 격자는 풍경 위에 추상적인 틀을 얹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땅에 흩어진 여러 요소를 하..
대지를 가볍게 딛어라.-글렌 머컷(Glenn Murcutt) RipollTizon Estudio de Arquitectura-Social Housing in Ibiza도시의 경계에서 이 건물은 이비자 마리나의 주거지와 범람원 사이,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경계에 서 있다. 리조트와 휴양 시설, 아파트가 뒤섞인 주변 풍경은 뚜렷한 질서를 찾기 어렵고,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한 건물들이 흩어져 있을 뿐이다. RipollTizon 건축사무소는 이 무질서한 배경에 스스로를 맞추는 대신,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주변을 닮기보다 이 섬의 기후와 생활 방식에 뿌리내린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파예사의 기억 건축가들이 눈을 돌린 곳은 이비자의 오랜 농가, 파예사(payesa) 가옥이다. 흰 벽과 볕을 가려..
Physicalist- Baan Salaya Nakhon Pathom, Thailand 890 sq.m. Single Storey, Single Section20 rooms spread along the perimeter, then the paths towards them make the hierarchy. The sky above the house is shaped through the roof angles -on the inside, its steeper angle leans inwards to make extra height, coziness and warm sense of protection in the courtyard - on the outside, the gentler angle leans ..
건물이 좋은 건축이 되려면,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페터 춤토르Of Possible-The Findling숲으로 돌아가는 길미국 뉴욕주 오스터리츠, 안개 낀 활엽수림 사이로 나무 오두막 한 채가 땅에서 살짝 떠 있다. 오브 파서블이 설계한 이 91제곱미터, 약 28평 규모의 리트리트는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두 정신분석가 부부가 의뢰했다. 이들은 과거 다른 건축가와의 힘겨운 작업을 거치며 자신들의 전원 부지와 소원해진 상태였다. 이번 프로젝트가 짊어진 과제는 단순한 공간 복원이 아니었다. 건축이라는 행위 자체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그 치유적 전제는 장식이 아니라 모든 재료 선택의 근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회복을 향한 건축을 만들어냈다.건물은 세 가지 요소로 나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