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진짜 집이 되려면 작은 도시 같아야 하고, 도시가 진짜 도시가 되려면 커다란 집 같아야 한다."—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OMA completes first US affordable housing development in San Francisco공원을 마주 보는 여덟 층골든게이트 파크 동쪽 입구를 건너다보는 자리에 흰 덩어리 하나가 앉았다. OMA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Y.A. 스튜디오가 함께 설계한 160세대 공동주택 730 스탠얀이다. 미국에서 OMA가 처음 완성한 100퍼센트 어포더블 하우징, 곧 저소득 가구를 위해 임대료를 낮춘 주택이다. 그런 사업이라 지역에 뿌리내린 두 비영리 조직, 차이나타운 커뮤니티 개발센터와 텐더로인 지역개발법인이 손잡고 이끌었다.가운데 덩어리는..
"공간과 시간이 무엇을 뜻하든, 장소와 계기는 그보다 더한 것을 뜻한다." 알도 판 에이크Inrestudio uses double-layered envelope to create "in-between spaces" for Vietnamese home도시도 시골도 아닌 자리하노이 외곽, 홍강에서 멀지 않은 동네다. 낮은 기와지붕과 논밭 사이로 새 콘크리트 골조가 성큼 올라선 이 일대에 테라코타색 덩어리 하나가 묵직하게 앉아 있다. 베트남 사무소 인레스튜디오(Inrestudio)가 설계한 세대 통합 주택 100 Windows다. 이 집에 두 세대 세 가구가 산다. 부부와 두 아들, 아들 내외가 연면적 639제곱미터, 약 193평을 함께 나눠 쓴다.멀리서 보면 박공 윤곽 하나로 대뜸 집이다. 그런데 가까이 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을 변형한다." — 알바루 시자(Álvaro Siza)MVA Mikelić Vreš Arhitekti-Production and Office Building Dubrovčan폐기물이 쌓였던 자리자그레브 북서쪽에 두브로브찬이라는 마을이 있다. 낮은 능선과 밭이 이어지는 농촌 풍경이 마을을 감싸지만, 이 일대는 소규모 사업장과 산업 시설로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새 생산·업무 시설이 앉은 땅의 전신은 건설 폐기물 매립지다. 버려진 자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는 뜻이다.설계는 매립지를 정화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오염을 걷어낸 자리에 새로운 지형이, 곧 새로운 자연이 들어선다. 본래의 경사를 따라 쌓아 올린 세 개의 흙 언덕이 가운데 공간과 보행 동선을 한꺼번에 규정..
"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집단 예술 작품이며, 건축은 그 도시의 본질이다." — 로헬리오 살모나(Rogelio Salmona) Plan:b arquitectos-23 Living비탈이 그려낸 도시 조직 메데인(Medellín)의 동쪽 산비탈에 프로벤사(Provenza) 지구가 걸터앉아 있다. 이곳의 도시 격자는 반듯하지 않다. 가파른 지형이 길의 방향을 여러 차례 비틀어 놓은 탓이다. 플랜:비 아르키텍토스(Plan:b arquitectos)에게 주어진 대지 역시 길고 좁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는 이 조건을 걸림돌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탈을 핑계 삼아 동네에 무언가를 되돌려줄 기회로 읽었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공공 계단길 건축가는 건물 남쪽에 계단으로 된 공공 통로를 냈다. 이 길은 블..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옳다." —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ULTRA STUDIO-Apartment in Uehara균질한 혼돈, 도쿄 도쿄의 거리는 통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예찬받는다. 필지마다 제멋대로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탓이다. 사람들은 이 무질서를 도시의 성격이라 부른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면 풍경은 뜻밖에 균질하다. 흰색과 회색, 베이지와 갈색이 끝없이 이어질 뿐 뚜렷한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베이지 타일을 붙인 콘크리트는 도쿄 아파트의 표준 외피로 자리 잡았다. 기원은 여전히 흐릿하다. 그럼에도 이 풍경은 늘 거기 있었던 "자연"처럼 느껴진다. 야생의 자유와 진부함이 공존하는 이 풍경을 다시 평가하..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여야 한다. 언덕에 속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JAK Architecture-Cathedral House언덕이 먼저 보이고, 집은 나중에 보인다호주 빅토리아주 손턴(Thornton)의 구릉지를 오르다 보면 마른 풀밭과 유칼립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능선의 한 자락에 낮게 앉은 회색 덩어리, 그것이 캐서드럴 하우스다. 골이 진 박공지붕이 뒤편 산등성이의 각도를 그대로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래된 농가 창고로 보이기도 한다.가까이 다가서면 두 개의 몸체가 L자로 맞물린다. 외벽은 세로로 켠 목재와 널결 콘크리트(board-formed concrete)가 나눠 맡는다..
"나는 담장을 믿는다. 담장은 침묵과 내밀함을 지키는 건축의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án) Además arquitectura-Casa Alba II담장이라는 건축 언어건축이 도시를 등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카사 알바 II(Casa Alba II)는 그 방식으로 담장을 선택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카닝(Canning)의 한 코너 대지 위에 선 이 집은, 바깥을 향해 문을 닫는 대신 안을 향해 세계를 연다. 아데마스 아르키텍투라(Además arquitectura)가 오랜 관심을 기울여온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의 내향적 주거 철학을 계승하면서, 이 집은 담장을 단순한 경계 요소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장치로 다룬다.지면을 떠난 경..
"건축은 공간 속에서 빛을 연주하는 예술이다." —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산과 대면하는 집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낮게 엎드린 이 집은,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노출 콘크리트로 빚은 지붕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아래 순백의 벽체가 단단히 집을 받쳐 선다. 지붕도, 벽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에 금빛 브론즈 패널이 조용히 빛난다. PLATAFORMArq가 설계한 House #474는 형태와 소재의 대비를 언어 삼아 말을 건네는 집이다. 접힌 하늘: 이중곡률 지붕의 탄생 이 집의 핵심은 지붕이다. 단순한 평슬래브에서 출발한 형태는 네 모서리에 비틀림과 인장력을 가해 이중곡률(double-curvature), 곧 두 방향으로 동시에 휘어지..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집은 인간 정신의 연장이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Amaltash House: A Contemporary Navsari Home by Design ni Dukaan, Shaped by Indian Craft Traditions땅의 빛깔, 집의 얼굴 인도 구자라트주 나브사리의 조용한 주택가, 테라코타 빛 미장벽이 수평선을 가르며 서 있다. 화가들이 붓질을 거듭해 두텁게 쌓아 올린 이 벽은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라 집 전체의 조각적 의지를 선언하는 피부다. 기하학적으로 정돈된 볼륨들은 건축가의 미학적 판단뿐 아니라 기후와 인도 전통 공간 배치 원리인 바스투 샤스트라(Vastu Shastra)의 요구를 함께 받아 안으며 자리를 잡는다. 옥상에서 드리워진 ..
"건축은 삶이 펼쳐지는 무대다. 그 무대는 사람의 움직임과 함께 비로소 완성된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án) 도시의 심장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녜이로스(Pinheiros) 지구는 역사적 분위기와 활기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카르데알 아르코베르데(Cardeal Arcoverde)와 카포테 발렌테(Capote Valente) 두 거리가 만나는 이 중요한 모퉁이에, FGMF Arquitetos가 설계하고 Idea!Zarvos가 개발한 21층 규모의 복합용도 건물 발렌테(Valente)가 서 있다. 주거와 업무가 하나의 덩어리 안에서 입체적으로 얽히는 이 건물은, 상파울루의 고층 스카이라인 속에서도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존재다. 볼륨이 말하는 언어 발렌테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시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