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은 고뇌와 두려움에 맞서는 위대하고 참된 해독제다.”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Admitting Nature, One Bay at a Time도시의 가족이 바란 거리 두아 빌라는 뭄바이에서 바다 건너 남쪽, 해안 도시 알리바그(Alibag)에 들어앉은 주말 주택이다. 집의 주인은 뭄바이에 사는 부부와 성년이 된 세 자녀, 다섯 식구다. 건축가의 설명에 따르면 가족은 자연 가까이 머물되 자연에 압도되지 않는 은신처를 원했다. 도시의 속도와 밀도에 길든 사람에게 숲과 비와 볕은 위안이면서도, 한꺼번에 감당하기 버거운 양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집의 과제는 자연을 얼마나 들이느냐보다 어떤 순서와 거리로 들이느냐에 놓인다. 도면과 사진을 겹쳐 보면, 아키텍처 브리오는 그 거리를 두꺼운 벽과..
“재료는 뒤로 물러나고, 빛이 주된 재료가 되기를 바랐다.” — 마헨드라 구사인·드루브 구사인 빛을 들이는 집, 사원 곁의 경계를 세우다 ROOMOOR-Monastic Field Light Within, A Boundary Beside the Temple사원 곁에서 집은 얼마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인도 발레슈와르의 자이나교 사원 부지에 들어선 모나스틱 필드는 그 물음에 낮은 높이와 닫힌 외벽으로 답한다. 사원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백 명인 곳이다. 가족의 생활을 지키면서 사원이 장소의 중심으로 남도록, 룸무어는 하나의 큰 덩어리 대신 작은 콘크리트 매스들을 모았다.닫힌 외곽, 이어지는 내부바깥에서는 창이 드문 벽과 높이가 다른 직육면체가 먼저 보인다. 붉은 사암으로 마감한 낮은 담과 바닥은 콘..
“그늘과 바람을 위한 기반시설이다.” — RAD+ar RAD+ar (Research Artistic Design + architecture)-Mitte Oblique Garden지붕 아래 놓인 도시의 쉼표자카르타의 빽빽한 도시 조직 사이로 넓은 지붕이 펼쳐져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붉은빛 지붕 한가운데 길쭉한 틈이 열려 있고, 그 아래로 나무와 머무를 자리가 드러난다. 주변에는 낮은 건물이 이어져 있어 지붕의 넓이가 한층 도드라진다. 미테 오블리크 가든은 이 수평의 면 아래 식사와 산책, 만남을 위한 공간을 품고 있다.설계한 사무소는 인도네시아의 RAD+ar다. 설계자는 밀도 높은 자카르타에서 사람의 척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이 목표는 넓은 지붕과 열린 가장자리, 정원을 따라 놓인 좌석에서 ..
“누구든 더 템플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스쿨리 모겐센 Crosses Open to the Sky약속에서 장소로아이슬란드 흐밤스비크의 더 템플은 한 사람을 위한 약속에서 출발했다. 스쿨리 모겐센은 아내 그리마를 위해 결혼식을 올릴 공간을 짓기로 했다. 2025년 8월 16일, 그 약속은 낮은 초지 위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곳의 의미를 결혼식 하나에 묶어 두지는 않는다. 설계자와 운영자는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도 머물며 해석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한다.흐밤스비크의 운영 주체는 이 땅에 있던 옛 신전과 뒤이은 교회의 역사를 설계의 배경으로 든다. 더 템플은 종교적 차이를 지우기보다 여러 상징을 한 장소에 겹쳐 놓는다. 이는 장소에 얽힌 역사를 현재의 공..
“거침과 광택, 투박함과 화려함” — I INAndersson Bell’s Flagship Tokyo Store Makes a Case for Beauty in Contrast콘크리트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매장도쿄 아오야마의 앤더슨벨 플래그십은 1990년대 콘크리트 건물에 들어섰다. 서울에서 출발한 브랜드의 첫 일본 매장이다. 설계를 맡은 I IN은 얼룩과 천공, 시공 자국이 남은 골조 앞에 선명한 색과 매끈한 금속, 둥근 진열물을 놓았다. 기존 건물은 새 인테리어의 배경으로 물러서지 않는다. 서로 다른 표면이 맞닿을 때마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거리에서 시작되는 대비유리 전면 너머로 지상층과 지하가 함께 보인다. 붉은 사각 틀은 지상층을 크게 감싸며, 안쪽의 전시 장면을 거리로 끌어낸다. 문턱을..
“알라께서는 남편의 일로 그대와 논쟁하며 알라께 호소한 여인의 말을 들으셨다.” 꾸란 제58장 「알무자딜라」 1절(Qur'an 58:1)One Roof That Rises and Settles, Holding Prayer and Learning Together여성의 자리를 처음부터 묻다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는 교육·연구 기관이 모인 너른 캠퍼스다. 위치도에서 붉은 경계선을 따라가면 서쪽 끝 고속도로 교차로 곁에 삼각형 대지가 자그맣게 박혀 있다. 캠퍼스 깊숙이 들어앉기보다 도시 간선도로와 맞닿은 문턱에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건물 이름을 따온 꾸란 제58장 「알무자딜라」는 남편 일로 예언자와 논쟁하며 알라께 호소한 한 여성의 목소리로 문을 연다. RIBA 수상 자료에 따르..
“전례는 고귀한 단순성으로 빛나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 제34항THE CHURCH OF SAO JOSE DA BOAVISTA — LISBON, PORTUGAL리스본에 들어선 상 조제 다 보아비스타 성당은 종교시설을 도시에서 고립된 기념비로 세우지 않는다. 성당과 교구 센터, 지역 커뮤니티 시설은 하나의 광장 둘레에 놓였다. 예배를 위해 모이는 행위와 이웃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장면도 같은 장소에 포개진다. 이 프로젝트가 새롭게 묻는 것은 성당 형태가 아니라 그 경계다. 성스러운 공간은 동네 생활과 어디서 만나야 하는가.도시 속에 들어 올린 성당대략 정사각형인 대지에는 서로 직각을 이루는 두 개의 직사각형 매스가 놓여 있다. 낮게 깔린 교구동이 광장 한 변을 단단히 붙잡고, 흰 성당..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가족을 서로 연결한다.” — 켈빈 텡고노When the Roof Becomes a Path, the Family Reconnects두 면이 열린 대지, 안으로 감싼 집인도네시아 탕에랑 주거단지 한 모서리에 스플릿 매스 레지던스가 앉아 있다. 두 도로와 만나는 대지는 전망을 넓히지만, 집 안 사생활까지 거리로 드러낼 수 있다. K-텡고노 디자인 스튜디오는 이 충돌을 두꺼운 벽 대신 치밀하게 짜인 분절 매스 배열로 풀었다. 1층을 L자로 꺾자 대지 앞과 옆이 맞물리고, 그 안쪽에는 정원이 깊숙이 자리 잡는다. 거리에서 현관으로 다가갈수록 시선은 낮게 걸러지는데, 생활은 정원을 향해 가만히 열린다.그 위에는 더 큰 상부 매스가 길게 얹혀 있다. 아래층의 묵직한 콘크리트가 공적인 영..
“나의 집은 피난처이며, 차가운 편의가 아닌 감정의 건축이다.” — 루이스 바라간Closed Outward, Connected Within밀도가 높아질수록 집은 무엇을 닫고, 무엇을 열어야 하는가멕시코 산티아고 데 케레타로 교외에서는 이웃집 사이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250㎡ 대지에 450㎡, 약 136평의 생활공간을 담은 카사 레푸히오는 이 조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거리 쪽을 거의 뚫지 않은 벽돌 상자로 감싼 뒤, 바깥으로 향하던 개방성을 정원과 중정, 계단실과 천창으로 옮겨 놓았다.이 집에서 핵심은 폐쇄가 아니다. 무엇을 향해 닫고, 어디에서 다시 열 것인지 정한 데 있다. 거리에서 사생활을 지키는 대신 가족 생활은 층 사이에서 시각과 소리, 일상의 기척으로 이어진다. 보호막은 바깥에 두되 ..
"집이 진짜 집이 되려면 작은 도시 같아야 하고, 도시가 진짜 도시가 되려면 커다란 집 같아야 한다."—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OMA completes first US affordable housing development in San Francisco공원을 마주 보는 여덟 층골든게이트 파크 동쪽 입구를 건너다보는 자리에 흰 덩어리 하나가 앉았다. OMA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Y.A. 스튜디오가 함께 설계한 160세대 공동주택 730 스탠얀이다. 미국에서 OMA가 처음 완성한 100퍼센트 어포더블 하우징, 곧 저소득 가구를 위해 임대료를 낮춘 주택이다. 그런 사업이라 지역에 뿌리내린 두 비영리 조직, 차이나타운 커뮤니티 개발센터와 텐더로인 지역개발법인이 손잡고 이끌었다.가운데 덩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