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께서는 남편의 일로 그대와 논쟁하며 알라께 호소한 여인의 말을 들으셨다.” 꾸란 제58장 「알무자딜라」 1절(Qur'an 58:1)One Roof That Rises and Settles, Holding Prayer and Learning Together여성의 자리를 처음부터 묻다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는 교육·연구 기관이 모인 너른 캠퍼스다. 위치도에서 붉은 경계선을 따라가면 서쪽 끝 고속도로 교차로 곁에 삼각형 대지가 자그맣게 박혀 있다. 캠퍼스 깊숙이 들어앉기보다 도시 간선도로와 맞닿은 문턱에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건물 이름을 따온 꾸란 제58장 「알무자딜라」는 남편 일로 예언자와 논쟁하며 알라께 호소한 한 여성의 목소리로 문을 연다. RIBA 수상 자료에 따르..
“전례는 고귀한 단순성으로 빛나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 제34항THE CHURCH OF SAO JOSE DA BOAVISTA — LISBON, PORTUGAL리스본에 들어선 상 조제 다 보아비스타 성당은 종교시설을 도시에서 고립된 기념비로 세우지 않는다. 성당과 교구 센터, 지역 커뮤니티 시설은 하나의 광장 둘레에 놓였다. 예배를 위해 모이는 행위와 이웃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장면도 같은 장소에 포개진다. 이 프로젝트가 새롭게 묻는 것은 성당 형태가 아니라 그 경계다. 성스러운 공간은 동네 생활과 어디서 만나야 하는가.도시 속에 들어 올린 성당대략 정사각형인 대지에는 서로 직각을 이루는 두 개의 직사각형 매스가 놓여 있다. 낮게 깔린 교구동이 광장 한 변을 단단히 붙잡고, 흰 성당..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가족을 서로 연결한다.” — 켈빈 텡고노When the Roof Becomes a Path, the Family Reconnects두 면이 열린 대지, 안으로 감싼 집인도네시아 탕에랑 주거단지 한 모서리에 스플릿 매스 레지던스가 앉아 있다. 두 도로와 만나는 대지는 전망을 넓히지만, 집 안 사생활까지 거리로 드러낼 수 있다. K-텡고노 디자인 스튜디오는 이 충돌을 두꺼운 벽 대신 치밀하게 짜인 분절 매스 배열로 풀었다. 1층을 L자로 꺾자 대지 앞과 옆이 맞물리고, 그 안쪽에는 정원이 깊숙이 자리 잡는다. 거리에서 현관으로 다가갈수록 시선은 낮게 걸러지는데, 생활은 정원을 향해 가만히 열린다.그 위에는 더 큰 상부 매스가 길게 얹혀 있다. 아래층의 묵직한 콘크리트가 공적인 영..
“나의 집은 피난처이며, 차가운 편의가 아닌 감정의 건축이다.” — 루이스 바라간Closed Outward, Connected Within밀도가 높아질수록 집은 무엇을 닫고, 무엇을 열어야 하는가멕시코 산티아고 데 케레타로 교외에서는 이웃집 사이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250㎡ 대지에 450㎡, 약 136평의 생활공간을 담은 카사 레푸히오는 이 조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거리 쪽을 거의 뚫지 않은 벽돌 상자로 감싼 뒤, 바깥으로 향하던 개방성을 정원과 중정, 계단실과 천창으로 옮겨 놓았다.이 집에서 핵심은 폐쇄가 아니다. 무엇을 향해 닫고, 어디에서 다시 열 것인지 정한 데 있다. 거리에서 사생활을 지키는 대신 가족 생활은 층 사이에서 시각과 소리, 일상의 기척으로 이어진다. 보호막은 바깥에 두되 ..
"집이 진짜 집이 되려면 작은 도시 같아야 하고, 도시가 진짜 도시가 되려면 커다란 집 같아야 한다."—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OMA completes first US affordable housing development in San Francisco공원을 마주 보는 여덟 층골든게이트 파크 동쪽 입구를 건너다보는 자리에 흰 덩어리 하나가 앉았다. OMA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Y.A. 스튜디오가 함께 설계한 160세대 공동주택 730 스탠얀이다. 미국에서 OMA가 처음 완성한 100퍼센트 어포더블 하우징, 곧 저소득 가구를 위해 임대료를 낮춘 주택이다. 그런 사업이라 지역에 뿌리내린 두 비영리 조직, 차이나타운 커뮤니티 개발센터와 텐더로인 지역개발법인이 손잡고 이끌었다.가운데 덩어리는..
"공간과 시간이 무엇을 뜻하든, 장소와 계기는 그보다 더한 것을 뜻한다." 알도 판 에이크Inrestudio uses double-layered envelope to create "in-between spaces" for Vietnamese home도시도 시골도 아닌 자리하노이 외곽, 홍강에서 멀지 않은 동네다. 낮은 기와지붕과 논밭 사이로 새 콘크리트 골조가 성큼 올라선 이 일대에 테라코타색 덩어리 하나가 묵직하게 앉아 있다. 베트남 사무소 인레스튜디오(Inrestudio)가 설계한 세대 통합 주택 100 Windows다. 이 집에 두 세대 세 가구가 산다. 부부와 두 아들, 아들 내외가 연면적 639제곱미터, 약 193평을 함께 나눠 쓴다.멀리서 보면 박공 윤곽 하나로 대뜸 집이다. 그런데 가까이 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을 변형한다." — 알바루 시자(Álvaro Siza)MVA Mikelić Vreš Arhitekti-Production and Office Building Dubrovčan폐기물이 쌓였던 자리자그레브 북서쪽에 두브로브찬이라는 마을이 있다. 낮은 능선과 밭이 이어지는 농촌 풍경이 마을을 감싸지만, 이 일대는 소규모 사업장과 산업 시설로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새 생산·업무 시설이 앉은 땅의 전신은 건설 폐기물 매립지다. 버려진 자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는 뜻이다.설계는 매립지를 정화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오염을 걷어낸 자리에 새로운 지형이, 곧 새로운 자연이 들어선다. 본래의 경사를 따라 쌓아 올린 세 개의 흙 언덕이 가운데 공간과 보행 동선을 한꺼번에 규정..
"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집단 예술 작품이며, 건축은 그 도시의 본질이다." — 로헬리오 살모나(Rogelio Salmona) Plan:b arquitectos-23 Living비탈이 그려낸 도시 조직 메데인(Medellín)의 동쪽 산비탈에 프로벤사(Provenza) 지구가 걸터앉아 있다. 이곳의 도시 격자는 반듯하지 않다. 가파른 지형이 길의 방향을 여러 차례 비틀어 놓은 탓이다. 플랜:비 아르키텍토스(Plan:b arquitectos)에게 주어진 대지 역시 길고 좁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는 이 조건을 걸림돌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탈을 핑계 삼아 동네에 무언가를 되돌려줄 기회로 읽었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공공 계단길 건축가는 건물 남쪽에 계단으로 된 공공 통로를 냈다. 이 길은 블..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옳다." —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ULTRA STUDIO-Apartment in Uehara균질한 혼돈, 도쿄 도쿄의 거리는 통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예찬받는다. 필지마다 제멋대로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탓이다. 사람들은 이 무질서를 도시의 성격이라 부른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면 풍경은 뜻밖에 균질하다. 흰색과 회색, 베이지와 갈색이 끝없이 이어질 뿐 뚜렷한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베이지 타일을 붙인 콘크리트는 도쿄 아파트의 표준 외피로 자리 잡았다. 기원은 여전히 흐릿하다. 그럼에도 이 풍경은 늘 거기 있었던 "자연"처럼 느껴진다. 야생의 자유와 진부함이 공존하는 이 풍경을 다시 평가하..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여야 한다. 언덕에 속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JAK Architecture-Cathedral House언덕이 먼저 보이고, 집은 나중에 보인다호주 빅토리아주 손턴(Thornton)의 구릉지를 오르다 보면 마른 풀밭과 유칼립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능선의 한 자락에 낮게 앉은 회색 덩어리, 그것이 캐서드럴 하우스다. 골이 진 박공지붕이 뒤편 산등성이의 각도를 그대로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래된 농가 창고로 보이기도 한다.가까이 다가서면 두 개의 몸체가 L자로 맞물린다. 외벽은 세로로 켠 목재와 널결 콘크리트(board-formed concrete)가 나눠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