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기억의 극장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 루이스 칸(Louis K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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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기억 속에서 피어나는 문화적 안식처 Neri&Hu Design and Research Office-The Yard, Dalian Cultural Center
더 야드, 다롄 문화센터
도시 속 숨겨진 보석
대학 캠퍼스와 소프트웨어 파크가 인접한 다롄 시 중심부, 도시의 분주함 속에 조용히 자리한 한 단지가 있다. 이곳은 40년 전 화학연구소의 사무실과 창고, 기숙사로 사용되던 6개 동의 낡은 건물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각기 다른 높이와 수차례 개보수를 거치며 제각각 변해버린 파사드들. 건축가 네리앤후(Neri&Hu)가 직면한 과제는 이처럼 통일감을 잃은 건물들을 하나의 일관된 건축 언어로 묶어내는 것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옛 직원 기숙사였다. 정비용 목재 게이트와 차고들이 연속으로 배치된 이 건물은 과거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단순히 철거하고 새로 짓기보다는, 이 모든 기억의 층위를 보존하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불어넣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도전이었다.
중국 정원에서 찾은 영감
'더 야드(The Yard)'라는 이름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을 담고 있다. 건축가들은 이 장소를 도시 속에 숨겨진 내향적 공간, 곧 사라져버릴 도시 기억의 작은 피난처로 바라보았다. 중국 전통 정원의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고요한 안식처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기존 건물들은 U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지만, 중앙의 넓은 주차장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듯 내향적인 성격이 강했다. 네리앤후는 이 U자형 구성을 완성하여 온전한 중정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벽과 스크린, 캐노피들이 하나의 연속적인 공간 체계를 이루며 플라자를 감싸 안는다. 이렇게 형성된 위요된 공간은 사적이면서도 친밀한 영역감을 조성한다.
시간을 품은 재료의 시학
중정 중앙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무심한 듯 놓여 있다. 이 바위 정원은 마치 중국 정원의 가산(假山)처럼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연출하며, 새로 덧입혀진 건축 요소들과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바위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걸으면,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건물의 각 부분을 경험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코르텐 스틸로 마감된 새로운 파사드다. 이 산업적 재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녹이 슬고 색이 변해간다. 건축가들이 이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미적 효과 때문만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장소의 성격을 재료 자체가 드러내도록 했다.
기존 스투코 벽면과 새로운 코르텐 스틸의 만남은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거친 것과 세련된 것이 경계 없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통합된 풍경을 이룬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내부 공간
실내로 들어서면 또 다른 시간의 대화가 펼쳐진다. 새로 바른 플라스터 마감재 옆으로는 기존 벽돌과 구조 요소들이 부분적으로 노출되어 과거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기법을 넘어서, 이 건물이 걸어온 시간의 여정을 보여주는 건축적 서술이다.
옛 기숙사는 이제 창작자들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입구 근처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일반 대중에게도 열려있어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적 거점 역할을 한다. 갤러리, 라이프스타일 매장, 카페, 시네마, 극장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문화적 생태계를 이룬다.
새로운 도시 재생의 패러다임
더 야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롭게 단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재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과거를 지우고 새것으로 대체하는 대신, 기존의 기억과 새로운 가능성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네리앤후의 건축 언어는 항상 동양적 사유와 현대적 감각의 절묘한 조화를 추구해왔다. 더 야드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정원의 내향성과 현대 도시의 개방성, 전통 재료의 따뜻함과 산업 재료의 차가움이 상호 대화하며 새로운 건축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문화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 기억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바위 사이를 거닐며, 코르텐 스틸 벽면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더 야드는 건축이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문화적 매개체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사례다.
프로젝트 정보
- 프로젝트명: 더 야드, 다롄 문화센터 (The Yard, Dalian Cultural Center)
- 설계: Neri&Hu Design and Research Office
- 위치: 중국 다롄시
- 용도: 복합문화시설 (갤러리, 매장, 사무실, 도서관, 시네마, 극장)
- 개념: 적응적 재사용을 통한 도시 기억 보존 및 문화공간 창조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Our design for a new mixed use creative development is located in the heart of Dalian in close proximity to university campuses and software parks. The existing compound comprises 6 buildings dating back 40 years, which formerly served as offices, warehouses, and dormitories for a chemical research institute. Our design challenge was to find an architectural language that could unify the buildings which all have varying heights and distinct facades which have undergone previous renovation efforts. The most prominent building within the site is a former workers dormitory featuring a series of wooden gates and garage stalls used for repairs in the past.
The concept behind The Yard stems from a reflection on the project's context, situated in a hidden and introverted locus within the city; a small haven of a soon to be forgotten urban memory. As an adaptive reuse project, the aim is to transform the compound into a destination to serve the local community and student population.
Its programming consists of galleries, lifestyle retail, hospitality, cinema, theater, and office space. The former dormitory has been converted into an office. A small library designed near the entrance greets guests and is accessible to the general public.
The existing buildings, arranged in a U shaped configuration, were introverted in nature and oriented towards a large empty parking lot. Our scheme completes the U-shaped figure by transforming it into an enclosed courtyard articulated by a new spatial system of walls, screens and canopies.
Drawing inspiration from Chinese gardens, we celebrate the compound's hidden nature as a contemplative space offering refuge from urban cacophony. The continuous figure envelopes the plaza to create a sense of privacy, framing a large rock feature, and acts as a secondary facade layer which mediates between old and new.
The tactile material palette is kept minimal and raw to complement the existing stucco facades. Corten steel is used as the main surface material given its relevance as an industrial material which weathers and changes, recording the progression of time. Interior design strategy celebrates the tension between new and old; new plaster finishes juxtaposed with partially exposed brick and structural elements create a dialogue between past and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