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집단 예술 작품이며, 건축은 그 도시의 본질이다." — 로헬리오 살모나(Rogelio Salm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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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b arquitectos-23 Living
비탈이 그려낸 도시 조직
메데인(Medellín)의 동쪽 산비탈에 프로벤사(Provenza) 지구가 걸터앉아 있다. 이곳의 도시 격자는 반듯하지 않다. 가파른 지형이 길의 방향을 여러 차례 비틀어 놓은 탓이다. 플랜:비 아르키텍토스(Plan:b arquitectos)에게 주어진 대지 역시 길고 좁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는 이 조건을 걸림돌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탈을 핑계 삼아 동네에 무언가를 되돌려줄 기회로 읽었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공공 계단길
건축가는 건물 남쪽에 계단으로 된 공공 통로를 냈다. 이 길은 블록 전체를 관통한다. 그 덕분에 보행자는 한참을 돌아가던 길을 곧장 질러갈 수 있다. 사유지 위에 난 길이지만, 도시가 쓴다. 건물이 자리를 차지하는 대신 동네에 새로운 지름길 하나를 건넨 셈이다.
11미터의 낙차를 삼키는 몸집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대지는 11미터를 내려간다. 건물은 이 낙차를 몸속으로 삼킨다. 동네의 위쪽을 향한 면은 10층에서 멈춘다. 주변 저층 주거의 결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절제다. 반면 도시를 마주 보는 면은 13층까지 올라선다. 같은 건물이 한쪽에서는 조용히 물러서고, 다른 쪽에서는 당당히 존재를 드러낸다.
동네로 열린 입구, 길과 맞물린 상가
주 출입구는 동네 안쪽과 곧바로 맞닿는다. 대지 아래쪽의 상업 공간은 새로 생긴 보행로를 따라 늘어선다. 사는 사람과 지나가는 사람이 같은 지면을 나눠 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는다. 건물의 저층부가 곧 동네의 일부가 된다.
영원한 봄의 도시에서 태양을 다루는 법
메데인은 일 년 내내 봄 같은 열대 기후를 누린다. 이 건물은 그 기후를 가장 잘 받아 안는 방향을 차지했다. 아침 해와 오후 해는 건물의 짧은 면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건축가는 그 면에 발코니를 내밀어 빛의 기세를 눌렀다. 길게 뻗은 남쪽과 북쪽 면에서는 반대로 창을 활짝 열었다. 그 사이로 바람이 집을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맞통풍이 만드는 시원함은 기계 설비가 쉬이 흉내 내지 못한다.
크림빛 골조와 화단이 된 슬래브
구조는 기둥과 보가 짜 올린 격자다. 콘크리트에는 크림색 안료를 섞었다. 열대의 강한 빛 아래에서도 눈부시지 않은 온기가 여기서 나온다. 슬래브는 바닥에 머물지 않는다. 가장자리를 따라 화단이 통째로 올라앉는다. 그 안에서 이 땅의 자생 식물이 제 속도로 자란다. 층이 올라갈수록 초록은 아래로 흘러내려 격자를 부드럽게 감싼다. 멀리서 보면 콘크리트 골조와 식물이 팽팽하게 균형을 잡는다. 어느 쪽도 상대를 압도하지 않는다.
반원통형 차양, 깊이와 물길을 동시에
건축가는 공장에서 미리 만든 반원통형 콘크리트 차양을 입면에 줄지어 세웠다. 이 곡면은 평평했을 벽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빛이 하루를 건너며 곡면 위를 훑을 때, 입면의 표정도 시간마다 달라진다. 차양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반원통 안쪽에 생긴 수직의 빈 공간은 그대로 배관 통로가 된다. 화단에서 나오는 물과 건물이 흘려보내는 물이 이 안을 타고 내려간다. 장식처럼 보이는 형태가 실은 구조이자 설비다.
여섯 가지 평면, 모두에게 주어진 정원
내부에는 여섯 가지 유형의 주거 평면이 들어선다. 넓이가 제각각이고 방의 배치도 저마다 다르다. 다만 한 가지는 모든 집이 똑같이 갖는다. 입면을 따라 이어지는 정원이다. 어떤 집에는 발코니가 붙어 바깥으로 한 걸음 나설 자리까지 생긴다. 살림의 규모와 관계없이 초록을 마주하는 권리만큼은 고르게 나눠 가진 셈이다.
거친 것과 매끄러운 것이 만나는 실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감의 대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닥은 노출 콘크리트와 테라조(terrazzo)가 나눠 덮는다. 돌 조각을 시멘트에 섞어 갈아 낸 테라조는 매끈하면서도 알갱이의 결을 그대로 드러낸다. 벽은 콘크리트와 블록, 목재가 번갈아 맡는다. 천장에서는 노출 콘크리트의 서늘함과 목재의 온기가 나란히 놓인다. 손잡이는 금속으로 가늘게 마무리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계속 바뀐다. 거친 표면과 매끄러운 표면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도시에 되돌려준 길
23 리빙은 경사를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사가 건물의 형태와 높이, 동선을 결정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 결과 이 건물은 지형을 이긴 형태가 아니라 지형과 합의한 형태를 얻었다. 그리고 제 몸을 가로지르는 계단길 하나를 도시의 몫으로 남긴다. 층마다 자라는 정원과 블록을 가로지르는 이 길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 건축이 대지에서 무엇을 가져가는지보다, 무엇을 돌려주는지가 더 오래 기억된다는 이야기다.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Text description provided by the architects. This commission consisted of the design of a residential building on a long plot with a steep slope. The Provenza neighborhood, located on the eastern hillside of the city of Medellín, features an irregular urban grid, partly shaped by the sloping topography. In this context, we proposed that the new building incorporate a stepped public path on its southern side, crossing the block and shortening the pedestrian route.
We designed the building to absorb an 11meter height difference between the eastern and western ends of the lot. For this reason, the building stands 10 stories tall with a controlled scale toward the upper part of the neighborhood, and 13 stories tall with a greater presence facing the city.
We located the main entrance in direct contact with the interior of the neighborhood and the commercial areas in relation to the new pedestrian path at the lower part of the lot. In Medellín's spring like tropical climate, this building enjoys the best solar orientation: we controlled the direct impact of the morning and afternoon sun on the short sides of the building using balconies, while opening windows and allowing cross-ventilation on the long southern and northern facades.
We proposed a post-and-beam structure made of cream pigmented concrete and a slab system that incorporates planters for growing native plants. We designed a system of prefabricated semi-cylindrical concrete sunshades that allowed us to add depth to the facade while creating the vertical ducts necessary for the drainage system of both the planters and the building.
Inside, we designed six apartment typologies of varying sizes and layouts, all featuring facade gardens and some with balconies. We proposed exposed concrete and terrazzo floors, concrete, block, and wood walls, metal handrails, and wood and exposed concrete ceilings, combining rustic and smooth materials.
from archdai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