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빛 속에서 신중하고 정확하며 장엄하게 연출되는 매스들의 유희다." - 르 코르뷔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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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의 건축시: 루이스 칸의 마거릿 에셔릭 하우스 Louis Kahn-Margaret Esherick House_Light and Space
서문: 필라델피아 체스넛 힐의 건축적 보석
필라델피아 체스넛 힐 지역 선라이즈 레인 204번지에 자리한 마거릿 에셔릭 하우스는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이 설계한 모더니스트 주택이다. 1961년 완공된 이 건물은 공간과 빛, 그리고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는 칸 특유의 건축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건축계는 이 작품의 가치를 일찍이 인정했다. 1992년 미국건축가협회 필라델피아 지부로부터 랜드마크 빌딩 어워드를 받았고, 2023년에는 미국 내무부에 의해 국가사적지로 등재되며 그 역사적 의미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의 문화재 지정과 같은 의미로, 단순한 개인 주택을 넘어 미국 현대 건축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설계의 기원: 책과 나무가 만나는 곳
체스넛 힐의 서점 운영자였던 마거릿 에셔릭의 의뢰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빛과 물성, 그리고 칸의 공간 철학이 집약된 작품이다. 설계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마거릿의 삼촌인 와튼 에셔릭이다.
당대 저명한 미국의 목공예가였던 와튼은 이 주택의 독특한 주방을 직접 제작했다. 목재와 구리 소재로 이루어진 이 주방은 지금도 정교한 수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며 칸의 건축적 비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한국의 전통 목가구 장인이 현대 건축과 협업하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전통 기예와 현대 건축의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공간 철학의 구현: 주공간과 보조공간
칸의 혁신적인 공간 활용 철학은 '주공간'과 '보조공간'의 명확한 구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한국 전통 건축의 '채'와 '간'의 개념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에셔릭 하우스에서는 이 개념이 주택의 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네 개의 교대 구역으로 구현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주공간은 정문 우측에 위치한 2층 높이의 거실이다. 한국 건축으로 치면 대청마루와 같은 중심 공간의 역할을 하는 이곳에 설치된 붙박이 서가는 마거릿의 직업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접한 보조공간이 계단과 출입문, 발코니를 수용하여 매끄러운 공간 순환을 보장한다.
외부에서 내부로: 공간 체험의 여정
첫 인상: 자연 속에 자리잡은 절제된 볼륨
에셔릭 하우스에 처음 접근할 때, 방문자는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드러나는 절제된 모더니스트 볼륨을 마주하게 된다. 건물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만의 명확한 건축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전면 파사드는 상대적으로 규칙적이고 다소 폐쇄적인 인상을 주지만, 이는 내부 공간의 극적인 개방감과 대비를 이루기 위한 의도적 설계다. 베이지색 스투코 마감재가 주변 자연의 색조와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목재 셧터의 따뜻한 질감이 시각적 균형을 제공한다.
진입 순간: T자형 창이 만드는 극장
정문을 통해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2층 높이의 극적인 거실 공간이다. 이 공간은 T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목재 마감과 만나 따뜻하고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면을 따라 설치된 붙박이 서가는 단순한 수납 기능을 넘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건축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마거릿이 서점을 운영했다는 사실과 연결되어, 거주자의 삶과 공간이 어떻게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칸 건축의 전형적 사례다. 마치 한국의 서당에서 책이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빛의 건축학: 창과 셧터의 교향곡
정면의 절제된 개방
에셔릭 하우스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는 자연광의 탁월한 조작이다. 각 입면마다 서로 다른 창 디자인을 적용하여 빛이 내부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칸의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준다.
정면 파사드의 T자형 2층 창은 개방감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작동 가능한 목재 셧터는 환기와 차양 조절을 담당하며, 빛과 그림자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연출한다. 이는 한국 전통 건축의 창호지가 빛을 조절하는 방식과 유사한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후면의 완전한 포용
공원에 인접한 정원을 향한 후면 파사드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대형 단일창들이 쌍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고, 이 고정창들은 2층 높이로 쌓인 목재 셧터 시스템과 결합되어 햇빛과 공기 흐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창 구성은 내부와 외부 공간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만들어내며, 주택과 자연환경 사이의 경계를 용해시킨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 내부 조명이 켜지면, 주택 전체가 주변 자연 속에서 따뜻한 빛의 등대처럼 작용한다.
내부 공간의 정교한 구성
주방: 예술과 기능의 완벽한 결합
와튼 에셔릭이 직접 제작한 주방 공간은 이 주택의 가장 독특한 공간 중 하나다. 곡선형 목재 카운터와 구리 마감재의 조합은 단순한 기능 공간을 넘어 예술적 경험의 장소로 승화시킨다.
천장의 백색 마감과 대조를 이루는 따뜻한 목재 톤은 공간에 시각적 깊이를 더하며,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맞춤 제작된 수납 시스템과 조명 계획은 기능성과 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달성한다. 현대적 장비들이 목재 마감재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마치 한국의 전통 부엌이 현대 기술과 만난 듯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거실: 수직성이 만드는 극장적 경험
메인 거실은 2층 높이의 극적인 수직 공간으로 설계되어, 한국 전통 건축의 대청마루처럼 집의 중심 역할을 한다. T자형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목재 마감과 만나 따뜻하고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붙박이 서가는 마거릿의 직업적 정체성을 공간 속에 새겨넣은 건축적 장치다. 이는 단순한 수납을 넘어 거주자의 삶과 가치관이 공간과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칸 건축의 핵심 아이디어를 구현한다.
시간의 흔적: 확장과 리노베이션
미완의 꿈: 1962-1964년 확장안
1962년부터 1964년 사이, 칸은 예비 구매자였던 C. 파커 부인을 위한 확장 설계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그녀가 결국 주택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이 증축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정문 왼쪽으로 상당한 규모의 확장을 제안했던 이 설계안은 기존 구조와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계획되었으며, 원래 개념의 역동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상의 증명이 되었다. 이 미완의 설계는 칸 건축의 적응성과 확장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며, 한국의 전통 건축이 필요에 따라 채를 증축하는 방식과 유사한 유연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리노베이션: 전통의 현대적 계승
2016년에는 K YODER Design의 주도로 세심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주택의 본질적 성격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생활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추가 주방 공간에 현대적 설비를 도입하고 창문의 단열 성능을 개선했지만, 건물의 시각적, 건축적 무결성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이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현대적 활용 사이의 모범적 균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으며, 우리나라의 한옥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이 참고할 만한 접근법을 제시한다.
건축적 유산과 인간적 연결망
에셔릭 하우스는 단순한 건축적 걸작을 넘어 에셔릭 가문과 칸 가문의 관계, 그리고 공유된 가치관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기념물이다. 칸과 와튼 에셔릭의 우정은 고립된 관계가 아니었다.
마거릿의 형제인 조제프 에셔릭은 심지어 칸의 사후 대학원 신학대학 도서관의 기본 설계를 이어받아 완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건축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을 넘어 인간관계와 가치 전승의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마치 한국의 전통 건축이 대를 이어 전해지며 가문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주택이 로버트 벤투리가 설계한 또 다른 아이코닉 건축물인 반나 벤투리 하우스와 같은 동네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벤투리와 칸의 연결고리는 필라델피아의 이 작은 지역에 집중된 건축적 위대함을 더욱 부각시키며, 마치 서울 북촌이나 인사동처럼 특정 지역이 문화적 허브가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결론: 시간을 초월한 건축의 교훈
공간의 혁신과 독특한 창 구성, 그리고 깊이 뿌리내린 가족 간의 유대를 통해 에셔릭 하우스는 건축가, 학자, 그리고 디자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계속해서 매혹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원한 상징으로 남아있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모더니즘의 기능적 측면만이 아니라, 거주자의 삶과 공간이 어떻게 서로를 규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목격한다. 마거릿 에셔릭의 서점 운영자로서의 정체성이 거실의 붙박이 서가로 구현되고, 와튼 에셔릭의 수공예 정신이 주방의 목재 디테일로 영속화되는 방식에서, 우리는 진정한 건축이란 단순한 공간의 조직을 넘어 삶의 내러티브를 물리적 형태로 번역하는 예술임을 깨닫는다.
빛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삶이 어떻게 하나의 시적 경험으로 통합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칸 건축 철학의 결정체로서, 마거릿 에셔릭 하우스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건축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정한 건축은 최신 기술이나 화려한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의 삶과 꿈,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전통 건축이 자연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듯이, 에셔릭 하우스는 현대적 언어로 이러한 건축의 본질적 가치를 재확인해준다.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Located at 204 Sunrise Lane in the Chestnut Hill neighborhood of Philadelphia, Margaret Esherick House is a modernist house designed by American architect Louis Kahn. Completed in 1961, the house is a paradigm of Kahn’s prowess in integrating space, light, and function. Its significance has been recognized through numerous awards, including the Landmark Building Award 1992 by the Philadelphia chapter of 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The house was further immortalized in 2023, gaining a listing on the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by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the Interior.
Genesis and Design Elements
Commissioned by Margaret Esherick, a Chestnut Hill bookstore owner, the house was designed with a strong focus on light, materiality, and the spatial philosophy that defines Kahn’s architectural legacy. Margaret’s uncle, Wharton Esherick, a celebrated American woodworker, played an integral role in the design by crafting the home’s unique kitchen. Featuring wood and copper materials, this kitchen remains an exemplar of fine craftsmanship and complements Kahn’s architectural vision.
Kahn’s innovative use of space is evident in his division of the house into ‘served’ and ‘servant’ spaces. This philosophy manifests in the Esherick House through four alternating sections, each extending across the width of the house. The most striking ‘served’ space is the two-story living room, which is positioned to the right of the main entrance. A built-in bookcase within this space accentuates Margaret Esherick’s profession, while the adjacent ‘servant’ space houses the stairway, doors, and balconies, ensuring seamless spatial circulation.
Innovative Use of Light and Windows
A defining feature of the Esherick House is its masterful manipulation of natural light. The house presents varying window designs on its facades, demonstrating Kahn’s understanding of how light interacts with interior spaces. The front facade features a striking T-shaped, twostory window that balances openness with privacy. Additionally, operable wooden shutters provide ventilation and shading control, allowing for a dynamic interplay between light and shadow.
The rear facade, which faces a garden adjacent to a public park, is composed of large single pane windows arranged in pairs. These windows remain fixed but are complemented by two-story stacks of wooden shutters that can be adjusted to modulate sunlight and airflow. This unique window configuration creates a continuous dialogue between the interior and exterior spaces, dissolving the boundaries between the house and its natural surroundings.
The Unbuilt Extension, Renovations, and Legacy
In 1962 1964, Kahn designed an extension for a prospective owner, Mrs. C. Parker. However, she never purchased the house, and the addition was never built. The unbuilt design aimed to blend seamlessly with the existing structure, proposing a significant extension to the left of the front door. The hypothetical enlargement captures the dynamism of the original concept, underlining its adaptability and potential for future growth.
In 2016, the house underwent a sensitive renovation spearheaded by K YODER Design. The renovation aimed to preserve the house’s essential character while enhancing its functionality. Modern appliances were added in an adjunctive kitchen space, and the insulating ability of the windows was improved all without compromising the home’s visual and architectural integrity.
The Esherick House is more than an architectural masterpiece; it’s a testament to the relationships and shared ethos of the Esherick and Kahn families. Kahn’s friendship with Wharton Esherick was not an isolated connection; Margaret’s brother, Joseph Esherick, even took over Kahn’s schematic design for the Graduate Theological Union Library after Kahn’s death. Furthermore, the house shares the neighborhood with the Vanna Venturi House, another iconic structure designed by Robert Venturi. The Venturi and Kahn link further highlights the concentration of architectural greatness in this small part of Philadelphia.
Through its spatial innovations, unique window configurations, and deeply rooted family connections, the Esherick House continues to captivate architects, scholars, and lovers of design, serving as an enduring symbol of mid-century modern architecture at its finest.
from arch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