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 빛 속에서 신중하고 올바르며 장엄하게 배치된 덩어리들의 유희다. 그러나 건축의 목적은 공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 공간을 창조하는 것,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온고지신의 건축: 런던 패시브하우스 이야기 GS Architecture-Passive House
과거를 품고 미래를 향하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집 고치기를 넘어선다. 역사적 보존과 환경적 책임이 어떻게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명이다. 런던의 한 세미디태치드 하우스를 까다로운 패시브하우스 EnerPHit 기준에 맞춰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작업. 그 과정에서 옛것과 새것은 정교한 조율을 거쳐야 했고, 선택되는 모든 재료에는 실용적 고려와 상징적 의미가 함께 스며들어야 했다.
패시브하우스는 독일에서 시작된 초저에너지 건축 기준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미래 건축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열과 기밀, 열교 차단을 통해 냉난방 에너지를 90% 이상 줄이는 기술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지혜, 현대의 기술
기존 온실을 대체한 목재 프레임 증축 부분을 보면, 현대의 지속가능한 설계가 어떻게 역사적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 건축가들은 실내 공간과 정원 풍경을 연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현대적 해석은 그 관계를 더욱 증폭시키는 동시에 전례 없는 단열 성능을 달성해냈다.
야생화로 덮인 그린 루프는 특히 인상적이다. 단열재 역할과 서식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위층 침실과 아래 풍경 사이의 살아있는 다리가 된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추구했던 자연과의 조화라는 철학이 첨단 기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구현된 셈이다.
소재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 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재료의 출처와 재활용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다. 치즈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던 판재가 이제 찬장 문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산업적 용도의 솔직한 흔적과 나뭇결 패턴이 그대로 살아있어, 과거의 쓰임을 감추기보다는 당당히 드러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원에서 직접 파낸 점토 흙을 손수 만든 페인트로 활용한 점이다. 중세 시대 현지 흙에서 안료를 구하던 관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선택은 현대 설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재의 이력'이라는 개념을 완벽히 구현한다. 물건과 표면이 자신만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 이는 우리 전통 공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정신이다.
보이지 않는 혁신의 힘
태양광 패널과 기계적 환기 시스템의 통합은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환경적 목표와 경험적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MVHR(열회수 환기)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신선하고 여과된 공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일상에 깊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이런 보이지 않는 사치야말로 세련된 지속가능 설계의 특징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값비싼 마감재가 아니라,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자체가 진정한 럭셔리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간이 주는 깊은 울림
공간을 거닐며 느끼는 것은 기술과 감성의 완벽한 균형이다. 노출된 목재 천장 구조는 소재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도 구조적 정직함을 보여준다. 어둠과 밝음, 거침과 부드러움이 대비를 이루며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부엌에서 식당으로, 식당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각 공간은 고유한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잃지 않는다. 이는 한옥의 마당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미래를 향한 제안
이 집은 지속가능한 건축이 단순히 친환경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증명한다. 그것은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합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매일 마시는 공기부터 손끝으로 느끼는 소재의 질감까지, 모든 순간이 환경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속삭인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직면한 우리에게 이 집은 단순한 건축 작품을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나침반과 같다.
패시브하우스는 더 이상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답안지인 것이다.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Passive House is a minimal home located in London, United Kingdom, designed by GS Architecture, with interiors by Axel Vervoordt. This project represents more than mere renovation it signals a fundamental shift in how we approach the marriage of historical preservation and environmental responsibility. The decision to retrofit this semi-detached home to meet the exacting Passivhaus EnerPHit standard required a delicate choreography of old and new, where every material choice carried both practical and symbolic weight.
The timber framed addition that replaced the existing conservatory demonstrates how contemporary sustainable design can honor historical precedent. Victorian builders understood the importance of connecting interior spaces to garden views, and this modern interpretation amplifies that relationship while achieving unprecedented thermal performance. The wildflower green roof serves as both insulation and habitat, creating a living bridge between the bedrooms above and the landscape below.
Perhaps most compelling is the project’s commitment to material provenance and reuse. The cheese manufacturing boards that now form cupboard doors carry the grain patterns and honest wear of industrial purpose, while clay soil excavated from the garden itself becomes hand-crafted paint a gesture that recalls the medieval practice of sourcing pigments from local earth. These choices reflect a growing movement in contemporary design toward what we might call “material biography,” where objects and surfaces carry forward their histories rather than concealing them.
The integration of photovoltaic panels and mechanical ventilation systems reveals how technical innovation can serve both environmental and experiential goals. The continuous supply of fresh, filtered air through the MVHR system creates an almost imperceptible but profound enhancement to daily life the kind of invisible luxury that marks sophisticated sustainable design.
from leib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