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닫힌 볼, 열린 표면 [ Chybík + Krištof ] Jihlava Municipal A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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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삶, 그다음 공간, 마지막에 건물. 반대 순서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얀 겔(Jan Gehl)


Closed Bowl, Open Surface

1950년대 링크가 남긴 자리
체코 이흘라바 구시가 가장자리에는 1950년대부터 아이스링크가 오래 자리 잡고 있었다. 낡은 링크를 걷어내고 새 시설을 도심에 다시 붙이는 일이 시가 내건 조건이었다. 히비크 + 크리슈토프는 2019년 공모에서 이 조건을 안고 설계권을 얻었으며, 경기장은 2025년 11월 문을 열었다.

대형 실내경기장은 도시를 등지기 쉽다. 관중석과 빙판을 감싸다 보면 창 없는 벽이 길게 이어지면서 설비와 하역구가 지면을 차지한다. 주차장 한복판에 홀로 선 상자, 경기가 끝나는 순간 불이 꺼져버리는 커다란 덩어리가 흔한 결말이다. 첨탑과 박공지붕이 촘촘히 잇는 스카이라인 곁이라면 이런 유형을 앉히기가 한층 까다롭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도시가 쓰는 경기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물음 하나가 외피에서 지붕까지 설계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붉은 껍질이 도시에 건네는 이름
외피 전체를 선명한 붉은 알루미늄이 빼곡히 덮고 있다. 윗단으로 갈수록 패널이 삼각형 지느러미로 갈라지면서 왕관에 가까운 윤곽이 선다. 붉은색은 시의 문장과 지역 하키단이 오래 써온 색이며, 갈라진 윗단은 도시를 상징하는 고슴도치의 가시를 옮겨 놓았다. 시의원 다비트 베케는 붉은 고슴도치 덕분에 주민들이 건물에 애착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상징을 외피에 새기는 손길은 자칫 표지판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느러미가 천공 패널과 겹치며 깊이를 만들어내므로, 걷는 속도에 따라 붉은 면이 슬며시 열리고 닫힌다. 가까이 서면 자잘한 구멍이 낱낱이 드러나지만, 멀어지면 면 전체가 묵직하게 한 덩어리로 뭉친다.

안쪽 프로그램은 하키 한 종목에 매여 있지 않다. 기본 5,650석에 가변 스탠드를 펼치면 관중석은 7,400석을 넘긴다. 배구와 테니스와 농구 코트가 같은 바닥에서 번갈아 서는데, 콘서트와 학술 행사도 같은 보울을 빌려 쓴다. 개관 첫해 방문객은 25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두 개의 지면, 하나의 틈
아레나는 홀로 서지 않는다. 기존 건물 두 동을 고쳐 쓰고 6층 은색 큐브를 새로 지어, 세 동이 경기장을 에워싼다. 큐브 안에는 팬숍과 식당, 호텔과 체육관, 스포츠홀이 층을 나눠 가지런히 들어앉아 있다. 붉은 드럼과 은색 입방체 사이로는 넓은 계단이 흘러내리는데, 두 동을 잇는 다리가 그 위를 가로지른다. 계단이 객석처럼 앉을 자리를 내주므로, 경기가 없는 낮에도 사람이 가만히 머문다.

지상층은 유리로 물러나 있다. 위층 붉은 면이 앞으로 나오면서 생긴 처마가 아케이드를 이룬다. 유리에는 맞은편 옛 건물이 통째로 비쳐, 무거운 드럼이 지면에서 가붓하게 떠 보인다. 공원 쪽과 가로 쪽에 입구를 하나씩 두었으니, 사람은 두 방향에서 은근히 스며든다.


붉은 콘크리트와 강철 트러스
관중석은 붉은 안료를 섞은 콘크리트로 짜여 있다. 지붕에서는 강재 트러스가 긴 경간을 성큼 건너 하중을 받는다. 외피에는 천공 알루미늄 패널과 삼각 지느러미가 겹으로 단단히 붙어 있다. 구조체의 붉은빛과 외피의 붉은빛이 안팎에서 맞물리니, 색은 마감이 아니라 재료 자체에서 배어 나온다.

콩코스에 서면 천장의 붉은 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프링클러 배관과 케이블 트레이는 감춰지지 않은 채 머리 위를 낮게 지난다. 마감으로 덮지 않은 이 선택이 설비 접근을 쉽게 열어두되, 동시에 공간의 온도를 서늘하게 낮춘다.


지붕을 도시에 내주다
가장 큰 결정은 지붕에 있다. 타원 둘레를 따라 230미터 러닝 트랙이 깔려 있으며,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쓴다. 네 개 레인이 붉게 이어지는데, 안쪽으로는 녹화한 지붕과 은빛 덕트가 나란히 놓여 있다. 설비를 가리는 대신 트랙 옆에 그대로 두었으니, 달리는 사람은 건물이 숨 쉬는 장치를 곁에 두고 돈다. 트랙 위에 서면 구시가 지붕과 첨탑이 훤히 트인다.

보울을 빙 두르는 콩코스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끊김 없이 한 바퀴를 돈다. 좌석은 접이식으로 만들되 음향 흡수를 겸하도록 개발했다. 콘크리트에 박힌 삼각 조명은 보마(Bomma) 유리공방이 구웠으며, 사인 체계의 서체는 외피의 지그재그에서 나왔다. 상징이 외피에 머물지 않고 손에 닿는 물건까지 내려온 셈이다.


남는 질문
이 경기장의 성취는 상징보다 표면 배분에 있다. 지면과 지붕을 함께 도시에 내주고, 그 사이에만 경기장을 오롯이 끼워 넣었다. 기존 두 동을 남긴 선택도 규모가 주는 충격을 눅인다. 닫힌 유형을 활짝 열어젖히기보다, 닫힌 채로 겉면을 도시에 빌려주는 길에 가깝다.

검증이 남은 항목도 분명하다. 옥상 트랙의 겨울 운영, 소음과 관리 부담, 천공 알루미늄이 겪을 경년 변화는 아직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25만 명이라는 첫해 숫자는 관심의 크기를 말할 뿐, 비경기일 사용의 밀도까지 증명하지는 못한다.

겔의 말대로 삶이 먼저라면, 경기장은 늘 마지막 순서에 놓였다. 이흘라바는 그 순서를 뒤집지 않은 채 표면 하나를 슬쩍 덧댔다. 경기장이 도시에 무엇을 돌려줄 수 있는지, 붉은 껍질 위의 230미터가 대신 답한다.


프로젝트: 이흘라바 시립 아레나(Jihlava Municipal Arena)
건축설계: 히비크 + 크리슈토프(Chybík + Krištof)
위치: 체코 이흘라바
공모 당선: 2019년
준공: 2025년 11월
연면적: 약 25,000㎡(약 7,563평)
수용 인원: 하키 5,650석 / 가변 스탠드 전개 시 7,400석 이상
사진: 로리안 기니치오(Laurian Ghinitoiu), 파브리스 푸예(Fabrice Fouillet), 파벨 바르탁(Pavel Barták)

Write by Claude & Jean Browwn


Core Design & Facade Features
* "Designed by architecture studio Chybik + Kristof, the Jihlava Multipurpose Arena in the Czech Republic is enveloped by a striking zigzagging facade made from bright red aluminium."
* "The red tone refers to the municipality’s coat of arms and the club colours of the local ice hockey team, while the zigzagging form is designed to evoke the spines of a hedgehog – the mascot of the city."
* "The angular exterior and crown-like upper structure establish a strong visual identity, creating a dialogue with the city’s historic skyline."

Architectural Structure & Interior Systems
* "The arena's structural framework features stands made of red-pigmented concrete, topped by a robust steel roof truss system."
* "Characterised by a highly adaptable interior layout, the venue incorporates retractable stands that allow the capacity to be expanded from a base of 5,650 up to more than 7,400 spectators."
* "A dedicated, fully wheelchair-accessible circulation concourse wraps around the entirety of the main seating bowl."

Public Spaces & Ancillary Facilities
* "Topping the structure is a 230-metre-long running track integrated into the roof, which is accessible to the public for free and doubles as a panoramic viewing platform over the city."
* "The exterior public realm incorporates arcades created by the overhanging roof sections, alongside amphitheatre-style staircases designed to enhance pedestrian flow."
* "Flanking the main arena is an adjoining silver, cubic volume that accommodates auxiliary functions, including a fan shop, commercial spaces, and hospitality fac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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