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장소가 없던 곳에 장소를 만든다.” — ENNE ArquitecturaENNE Arquitectura | VyD 파빌리온 (Quincho VyD)집 뒤에 새로 지은 퀸초가 집의 앞뒤를 바꿀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에서 퀸초는 아사도를 함께 먹는 자리다. ENNE Arquitectura는 모서리 대지의 단독주택에 이 작은 모임 공간을 더하면서, 그동안 쓰임을 얻지 못한 뒷마당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건축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주택은 중간 대지에 어울리는 구성 탓에 후면 공지를 외면해 왔다. 이 프로젝트가 다루는 것은 별채 한 동의 모양보다 집과 빈터 사이의 관계다.벽돌이 둘러싼 빈자리바깥에서 보이는 붉은 벽돌은 기존 주택의 경계를 이어받는다. 새 부분에는 벽돌을 다르게 쌓아 같은 색과 재료..
“실내의 수직·수평 시선은 세심하게 조율되었다.” — 다쿠미 와쿠이 + 리호 와쿠이 아키텍츠다쿠미 와쿠이 + 리호 와쿠이 아키텍츠, 가구라자카의 집 좁은 폭을 다루는 법도쿄 가구라자카의 골목에서 이 집은 이웃 건물 사이에 가늘게 서 있다. 흰 외벽이 거리 쪽 윤곽을 잡고, 안쪽으로 깊숙이 물러난 창에는 그림자와 식재가 겹친다. 건축가들은 작은 대지와 밀집한 주변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설명한다. 이 집의 관심은 제한된 바닥을 층마다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높이의 생활이 어떻게 빛과 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층을 잇는 시선단면을 보면 아래층 서재 위로 거실과 주방이 놓이고, 다시 침실과 욕실이 이어진다. 가운데를 지나는 계단은 단순한 통로보다 공간을 바라보는 자리에 가깝..
“가장 친환경적인 건물은 이미 지어진 건물이다.” — 건축가 칼 엘레판테(Carl Elefante)Residência em Campos do Jordão / Gil Mello Arquitetura기존 집을 어디까지 남기고, 새 생활은 어디서 시작할까. 브라질 캄푸스두조르당의 이 주택은 외벽과 기초, 슬래브를 보존한 채 세 층의 생활을 다시 짰다. 설계팀은 구조 검토로 기존 몸체가 새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 위에 얹힌 검은 상층은 이전의 집과 이번 개입 사이에 선을 긋는다. 흙빛의 두 층, 검은 상층기존 두 층은 흙빛으로 묶고, 옛 다락을 바꾼 상층은 탄화 목재로 감쌌다. 서로 다른 마감은 세 층을 하나의 높은 덩어리보다 두 개의 큰 볼륨으로 읽히게 한다. 수평으로 길게 뻗은 지붕과 ..
“잘 짓는 일은 평화를 위한 행위다.” — 케빈 로시(Kevin Roche)풍경이 통로가 되는 집 | Villa Yandara, Landscape as Passage 열대성을 공간으로 번역하다브라질 바이아주 해안 마을 트란코주에 들어선 빌라 얀다라는 열대 이미지를 집 안에 장식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을 따라 걷는 동안 빛을 통과해 바다를 바라보는 몸의 순서를 건축으로 엮었다. 대지 위에 가로로 길게 놓인 주거 바와 바다를 향해 뻗은 수영장이 직각으로 만나자, 현관에서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시선축이 생겨났다. 열대성은 양식보다 동선과 거리, 재료가 함께 만드는 경험에 가깝다.집은 도로와 같은 높이에 놓인 중앙 현관에서 시작한다. 얕은 반사 수면이 입구를 감싸서, 문턱을 넘으면 외부 공간과 바다가 훤히..
“정원을 만들 때 건축가는 자연의 왕국에 동참을 청한다.” —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Opening to the City Above, the Garden Below정원을 건너 집으로호소노 하우스는 샌프란시스코 버널하이츠(Bernal Heights)의 거리 안쪽에 자리 잡은 개조 주택이다. 거리와 떨어져 사생활을 지키기 좋았지만, 집까지 접근하는 길은 풀어야 할 과제였다. 설계를 맡은 라이언 라이드너 아키텍처는 앞마당과 새 현관 사이에 보행 다리를 놓았다. 길은 낮게 내려앉은 중정 위를 가로지른다.다리를 건너는 동안 정원은 발아래와 눈높이에 걸쳐 펼쳐져 있다. 현관에 닿기 전부터 나무와 건물 사이를 지난다. 숯빛으로 착색한 시더(cedar) 외장재는 상자형 건물 덩어리를 감싸고 있다. 사..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공간이 가족을 서로 연결한다.” — 켈빈 텡고노When the Roof Becomes a Path, the Family Reconnects두 면이 열린 대지, 안으로 감싼 집인도네시아 탕에랑 주거단지 한 모서리에 스플릿 매스 레지던스가 앉아 있다. 두 도로와 만나는 대지는 전망을 넓히지만, 집 안 사생활까지 거리로 드러낼 수 있다. K-텡고노 디자인 스튜디오는 이 충돌을 두꺼운 벽 대신 치밀하게 짜인 분절 매스 배열로 풀었다. 1층을 L자로 꺾자 대지 앞과 옆이 맞물리고, 그 안쪽에는 정원이 깊숙이 자리 잡는다. 거리에서 현관으로 다가갈수록 시선은 낮게 걸러지는데, 생활은 정원을 향해 가만히 열린다.그 위에는 더 큰 상부 매스가 길게 얹혀 있다. 아래층의 묵직한 콘크리트가 공적인 영..
“나의 집은 피난처이며, 차가운 편의가 아닌 감정의 건축이다.” — 루이스 바라간Closed Outward, Connected Within밀도가 높아질수록 집은 무엇을 닫고, 무엇을 열어야 하는가멕시코 산티아고 데 케레타로 교외에서는 이웃집 사이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250㎡ 대지에 450㎡, 약 136평의 생활공간을 담은 카사 레푸히오는 이 조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거리 쪽을 거의 뚫지 않은 벽돌 상자로 감싼 뒤, 바깥으로 향하던 개방성을 정원과 중정, 계단실과 천창으로 옮겨 놓았다.이 집에서 핵심은 폐쇄가 아니다. 무엇을 향해 닫고, 어디에서 다시 열 것인지 정한 데 있다. 거리에서 사생활을 지키는 대신 가족 생활은 층 사이에서 시각과 소리, 일상의 기척으로 이어진다. 보호막은 바깥에 두되 ..
“도시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계로 만들어진다.” — 조지프 슈바르츠코프, Uribe Schwarzkopf CEOMVRDV "prioritises human scale" in design of colourful Miami building하나의 큰 건물을 동네의 여러 장면으로 나누는 법마이애미 윈우드의 새 복합주거 Woma는 한 동의 큰 건물이 거리에서 어떻게 과도한 덩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는 163세대의 주거와 근린 상업, 편의시설을 한 필지에 담되, 이를 단일한 외피로 봉합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 다른 높이와 폭을 지닌 블록을 층층이 쌓는다. 빨강·파랑·노랑·초록의 색면은 큰 프로그램을 인접한 여러 표정으로 풀어낸다.이 전략은 단순히 화려..
“동네는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데이비드 심(David Sim), 『Soft City: Building Density for Everyday Life』Boroló / AR-AR Martínez Arquitectura y Paisaje + María Paula González BozziBuilding Neighbors Beyond the Compact Home집의 크기는 어디에서 끝나는가작은 주거가 품은 부족을 개별 세대 안에서만 해결하지 않는다. 일하고 요리하며 이웃과 만나는 장소를 공동영역으로 꺼내, 집이 차지하는 경계를 넓힌다. 보고타의 테우사키요는 역사적인 벽돌 건축과 활발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 기억을 복제하는 대신, 설계팀은 오늘날 1인 가구와 학생, 젊은 직장인이 함께 살아..
“디테일은 디테일이 아니다. 디테일이 건축을 만든다.” 찰스 임스 문턱이 가구가 될 때 Atelier Orzan-Appartement Lecomte When Thresholds Become Furniture 철근콘크리트로 다시 세운 항구 도시 르아브르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언덕 위 라 코스티에르에는 1944년 폭격을 피한 전쟁 이전의 주택이 남아 있다. 아파트망 르콩트는 그 가운데 한 단독주택 지상층을 오늘의 생활에 맞게 고친 약 55㎡ 규모의 집이다. 이후 여러 세대로 나뉜 건물에는 원래 주택과 분할된 아파트, 두 시대가 함께 배어 있다. 헤링본 마루와 석고 몰딩, 높은 천장은 그대로 남아 있으며, 내부 공간은 뒤편 정원으로 훤히 이어진다. 앙필라드의 모순 기존 평면은 방이 일렬로 맞물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