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각에, 인간이 만든 딱딱하고 완고한 직선에 끌리지 않는다. 나를 끌어당기는 것은 자유롭고 관능적인 곡선이다." —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 Terabithia House — CplusC Architectural Workshop Screened and Bright: How One Circle Wins Both Privacy and Light 언덕 위, 등을 돌려 앉은 집 시드니 미들하버(Middle Harbour)의 주거지 노스브리지(Northbridge), 대지는 도로보다 한 단 높이 올라앉아 있다. 뒤로는 경사가 급하게 떨어진다. 그 아래로 노스브리지 골프코스의 초록이 넓게 트인다. 시선을 더 멀리 보내면 요트가 점점이 뜬 퀘이커스햇 베이(Quakers Hat Bay)와..
"고요를 표현하지 않는 건축은 잘못된 것이다." —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Waechter Architecture-Dune House. Light by Way of Closure: A Coastal House Wrapped Like a Hide사구 위에 낮게 앉은 상자미국 오리건 북부 해안, 마을의 격자가 끝나고 모래언덕이 시작되는 자리에 집 한 채가 나직이 앉아 있다. 멀리서는 윤곽만 겨우 잡힌다. 해안 소나무 덤불이 벽의 아랫도리를 가린 데다 억새가 지붕선 가까이까지 밀려와 있어서다. 군더더기라고는 없는 직육면체 위로, 완만한 물매의 지붕이 사방으로 흘러내린다. 그 마루에는 천창을 품은 자그마한 탑 하나만 솟아 있다. 벽과 지붕을 가르는 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시더 슁글(ceda..
"공간과 시간이 무엇을 뜻하든, 장소와 계기는 그보다 더한 것을 뜻한다." 알도 판 에이크Inrestudio uses double-layered envelope to create "in-between spaces" for Vietnamese home도시도 시골도 아닌 자리하노이 외곽, 홍강에서 멀지 않은 동네다. 낮은 기와지붕과 논밭 사이로 새 콘크리트 골조가 성큼 올라선 이 일대에 테라코타색 덩어리 하나가 묵직하게 앉아 있다. 베트남 사무소 인레스튜디오(Inrestudio)가 설계한 세대 통합 주택 100 Windows다. 이 집에 두 세대 세 가구가 산다. 부부와 두 아들, 아들 내외가 연면적 639제곱미터, 약 193평을 함께 나눠 쓴다.멀리서 보면 박공 윤곽 하나로 대뜸 집이다. 그런데 가까이 다..
"집이 진짜 집이 되려면 작은 도시를 닮아야 하고, 도시가 진짜 도시가 되려면 커다란 집을 닮아야 한다."알도 판 에이크(Aldo van Eyck) OMA-The Martin Residential Building From Wall to Balcony: Four Interlocking Volumes at The Martin암스테르담 동쪽, 38년 동안 담장이 둘렀던 교도소 부지가 약 1,350호의 주거지로 바뀌고 있다. OMA가 설계한 더 마틴은 그 한가운데 올라앉았다. 건물은 탑 하나로 곧게 서는 대신 크기가 다른 네 덩어리로 갈라져 서로 맞물리고, 네 면을 도는 발코니를 알루미늄 격자가 한 벌로 묶는다. 가두던 장치를 걷어 낸 자리에서 경계를 무엇이 대신하는가. 더 마틴은 그 답을 입면의 깊이에서 찾는..
"만들 수 없는 것은 결코 설계하지 마라." — 장 프루베(Jean Prouvé) Supra-Simplicities-MOM House골목이 끝나는 자리 대만 남부 가오슝, 좁은 골목은 집 한 채 앞에서 끝난다. 대지는 그 막다른 끝에 깊숙이 앉아 있다. 세 면을 이웃 주택과 학교가 바짝 둘러싸고, 드나드는 길은 하나뿐이다. 진입도 채광도 통풍도 그 통로 하나에 매달리니, 대지는 처음부터 여유가 없다. 도시 조직이 촘촘해질수록 이런 자리는 안으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운동장이 건네준 여백 그런데 담 하나 너머는 학교 운동장이다. 붉은 트랙과 파란 농구 코트가 비워낸 자리만큼 시야가 훤히 트인다. 빽빽한 동네 한복판에서 좀처럼 얻기 어려운 숨통이어서, 설계는 이 여백을 대지가 지닌 가장 큰 자산으로 읽는다...
“선형적 시간은 서구의 발명이다.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경이롭게 얽혀 있다.” —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Suite Arquitetos-Apartamento JLS대로의 속도를 등지고상파울루에서도 손꼽히게 붐비는 대로가 이 집 곁을 지난다. 자동차와 소음, 사람들의 움직임이 하루 종일 쉼 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스위트 아르키테토스는 도시의 속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대신 그와 반대되는 시간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오래되고, 무겁고, 쉽게 변하지 않는 돌과 나무의 시간이다.가공을 최소화한 표면은 재료가 지나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는다. 이 집은 세월을 새기는 방식에서 도시보다 돌과 나무를 닮았다. 내부 공간 역시 벽과 문으로 명확하게 분절되기보다, 서로 다른 재료가 ..
"도시는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난 집단 예술 작품이며, 건축은 그 도시의 본질이다." — 로헬리오 살모나(Rogelio Salmona) Plan:b arquitectos-23 Living비탈이 그려낸 도시 조직 메데인(Medellín)의 동쪽 산비탈에 프로벤사(Provenza) 지구가 걸터앉아 있다. 이곳의 도시 격자는 반듯하지 않다. 가파른 지형이 길의 방향을 여러 차례 비틀어 놓은 탓이다. 플랜:비 아르키텍토스(Plan:b arquitectos)에게 주어진 대지 역시 길고 좁다. 경사도 만만치 않다. 건축가는 이 조건을 걸림돌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비탈을 핑계 삼아 동네에 무언가를 되돌려줄 기회로 읽었다. 블록을 가로지르는 공공 계단길 건축가는 건물 남쪽에 계단으로 된 공공 통로를 냈다. 이 길은 블..
"메인 스트리트는 거의 옳다." —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ULTRA STUDIO-Apartment in Uehara균질한 혼돈, 도쿄 도쿄의 거리는 통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예찬받는다. 필지마다 제멋대로인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탓이다. 사람들은 이 무질서를 도시의 성격이라 부른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면 풍경은 뜻밖에 균질하다. 흰색과 회색, 베이지와 갈색이 끝없이 이어질 뿐 뚜렷한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베이지 타일을 붙인 콘크리트는 도쿄 아파트의 표준 외피로 자리 잡았다. 기원은 여전히 흐릿하다. 그럼에도 이 풍경은 늘 거기 있었던 "자연"처럼 느껴진다. 야생의 자유와 진부함이 공존하는 이 풍경을 다시 평가하..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얹혀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belinda stewart architects to lead preservation of frank lloyd wright's 'fountainhead' house보존의 손길이 시작되다 미시시피 미술관(Mississippi Museum of Art)이 파운틴헤드(Fountainhead)의 보존과 복원을 이끌 건축사무소로 벨린다 스튜어트 아키텍츠(Belinda Stewart Architects)를 선정했다. 파운틴헤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미시시피주 잭슨에 설계한 주택으로, 미술관은 2025년 11월 이 집을 사들였다. 라이트가..
"어떤 집도 언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집은 언덕의 일부여야 한다. 언덕에 속해야 한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JAK Architecture-Cathedral House언덕이 먼저 보이고, 집은 나중에 보인다호주 빅토리아주 손턴(Thornton)의 구릉지를 오르다 보면 마른 풀밭과 유칼립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은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 능선의 한 자락에 낮게 앉은 회색 덩어리, 그것이 캐서드럴 하우스다. 골이 진 박공지붕이 뒤편 산등성이의 각도를 그대로 받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래된 농가 창고로 보이기도 한다.가까이 다가서면 두 개의 몸체가 L자로 맞물린다. 외벽은 세로로 켠 목재와 널결 콘크리트(board-formed concrete)가 나눠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