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그 자체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함께할 때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 알도 반 에이크산을 닮은 동네, 데 베르헌의 새 풍경 MVRDV-Nieuw Bergen산세를 닮은 스카이라인에인트호번 도심 한복판, 데 베르헌(De Bergen) 지구에 일곱 채의 건물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MVRDV가 설계한 니우 베르헌(Nieuw Bergen)은 톱니처럼 솟은 경사 지붕들이 연이어 늘어서며 마치 작은 산맥을 옮겨놓은 듯한 윤곽선을 그린다. 흥미롭게도 '베르헌(Bergen)'이라는 지명 자체가 네덜란드어로 '산'을 뜻한다. 그러니 이 지붕선은 단순한 형태적 실험이 아니라, 지역의 이름에 새겨진 의미를 건축으로 되살린 결과이기도 하다. 인디고, 바이올렛, 블루, 루즈, 오랑주, 존, ..
"집은 작은 도시와 같아야 하고, 도시는 커다란 집과 같아야 한다."—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sauermartins-Vicco Building거리에서 시작되는 건축포르투알레그리(브라질)의 한 주거 지역, 도시에서 손꼽히는 공원들과 가까운 자리에 비코 빌딩(Vicco Building)이 서 있다. 사우어마르틴스(sauermartins)는 이 건물에 거창한 선언 대신 작은 몸짓들을 쌓아 올렸다. 내부와 외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도록 만드는 일. 사우어마르틴스는 이 섬세한 작업을 통해 건물과 거리의 관계를 한층 가깝게 끌어당긴다. 대지는 가로 15미터, 세로 40미터, 약 600제곱미터에 불과한 좁고 긴 형태다. 건축가들은 이 제약을 명료한 질서로 바꾸어, 한..
"건축은 공간 속에서 빛을 연주하는 예술이다." —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산과 대면하는 집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낮게 엎드린 이 집은,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노출 콘크리트로 빚은 지붕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아래 순백의 벽체가 단단히 집을 받쳐 선다. 지붕도, 벽도 아닌 그 경계 어딘가에 금빛 브론즈 패널이 조용히 빛난다. PLATAFORMArq가 설계한 House #474는 형태와 소재의 대비를 언어 삼아 말을 건네는 집이다. 접힌 하늘: 이중곡률 지붕의 탄생 이 집의 핵심은 지붕이다. 단순한 평슬래브에서 출발한 형태는 네 모서리에 비틀림과 인장력을 가해 이중곡률(double-curvature), 곧 두 방향으로 동시에 휘어지..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집은 인간 정신의 연장이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Amaltash House: A Contemporary Navsari Home by Design ni Dukaan, Shaped by Indian Craft Traditions땅의 빛깔, 집의 얼굴 인도 구자라트주 나브사리의 조용한 주택가, 테라코타 빛 미장벽이 수평선을 가르며 서 있다. 화가들이 붓질을 거듭해 두텁게 쌓아 올린 이 벽은 단순한 외장재가 아니라 집 전체의 조각적 의지를 선언하는 피부다. 기하학적으로 정돈된 볼륨들은 건축가의 미학적 판단뿐 아니라 기후와 인도 전통 공간 배치 원리인 바스투 샤스트라(Vastu Shastra)의 요구를 함께 받아 안으며 자리를 잡는다. 옥상에서 드리워진 ..
"건축은 삶이 펼쳐지는 무대다. 그 무대는 사람의 움직임과 함께 비로소 완성된다."— 루이스 바라간 (Luis Barragán) 도시의 심장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의 피녜이로스(Pinheiros) 지구는 역사적 분위기와 활기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카르데알 아르코베르데(Cardeal Arcoverde)와 카포테 발렌테(Capote Valente) 두 거리가 만나는 이 중요한 모퉁이에, FGMF Arquitetos가 설계하고 Idea!Zarvos가 개발한 21층 규모의 복합용도 건물 발렌테(Valente)가 서 있다. 주거와 업무가 하나의 덩어리 안에서 입체적으로 얽히는 이 건물은, 상파울루의 고층 스카이라인 속에서도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존재다. 볼륨이 말하는 언어 발렌테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시선은 ..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건축은 침묵과 울림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Mohamed Amine Siana-Villa Butterfly대지 위의 나비마라케시 아멜키스 골프코스 인근, 붉은 흙과 야자수 사이에 한 채의 빌라가 서 있다. 모하메드 아민 시아나가 설계한 빌라 버터플라이는 그 이름처럼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대지를 처음 방문한 날, 건축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 나비의 잔상. 번데기는 보호하고, 나비는 날아오른다. 이 단순한 이치가 빌라 전체의 설계 원리가 된다.외피: 도시를 향해 닫힌 집거리에서 바라본 빌라는 과묵하다. 테라코타 빛 마감재가 마라케시의 전통적인 흙빛 황토 톤을 그대로 이어받은 외벽은 두껍고 평탄하며, 아가베와 올리브 나무가 그..
"건축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대화하는 기술이다."— 알바 알토 (Alvar Aalto) Mimosa Architects shapes Czech cabin from "rock, river and fire"불 이후의 땅 사자바 강이 흐르는 숲 가장자리에, 한때 오두막이 서 있었다. 불이 지나간 뒤 남은 것은 돌뿐이었다. 타다 남은 석조 기단. 그러나 체코의 건축 스튜디오 Mimosa Architects는 그 잔해를 허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토대 삼아, 새로운 오두막을 그 위에 다시 세웠다. 기단을 살린 선택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었다. 책임건축가 페트르 모라체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래의 석조 기단을 재사용함으로써 새 기초 공사를 피하고, 대지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은 공간, 빛, 그리고 질서다." —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 MATA Architects-Panoramic House정원으로 내려서다 런던 햄스테드(Hampstead)의 레딩턴 & 프로그널 보존 구역(Reddington and Frognal Conservation Area). 이 오래된 동네의 한 가족은 오랫동안 역설 속에 살았다. 집의 지상층 창밖으로는 남향의 넉넉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정원은 언제나 1.5미터 아래에 있었다. 긴 계단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거리. 십대 자녀들과 함께 정원에 더 가까이 살고 싶었던 이 가족에게, 그 단차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기존 주택의 구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절이었다. MATA Architects는 지면 아래 증축 공간을 ..
"집은 언덕 위에 있어서는 안 된다. 언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집과 언덕이 함께 살 때, 비로소 둘 다 더 행복해진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Off-Grid and Fire-Ready: A Corten-Clad House in the California Mountains by Faulkner Architects불의 기억과 재건의 의지 2019년 킨케이드(Kincade) 산불이 캘리포니아 힐즈버그(Healdsburg) 북동쪽 마야카마스 산맥(Mayacamas Mountains)의 외딴 대지를 휩쓸었을 때, 그 자리에 서 있던 자립형 주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거주자들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단, 자신들의 방식으로. 샌프란시스코(San Franc..
"나무는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소재다. 그 어떤 재료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이 닿아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 Cukrowicz Nachbaur Architekten-Eugen-Bolz Student Residence공원 속 집 오이겐 볼츠 학생 기숙사 증축 건물은 로텐부르크-슈투트가르트 교구가 새로 세운 집이다. 건물이 선택한 자리는 아름다운 도심 공원 한가운데다. 건물 몸체는 거의 열린 기단부 위로 가볍게 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적 선택이 아니다. 종교와 교파를 초월해 모든 이를 품겠다는 이 집의 정신이, 구조 자체로 말을 건네는 방식이다. 나무를 닮은 설계 설계의 출발점은 나무의 형태다. 풍경은 사방으로 막힘 없이 흐르고, 시선은 어느 방향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