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겪어야 한다." — 제프리 바와(Geoffrey Bawa) How a Lotus Becomes Structure숲 위에 내려앉은 꽃 발리 우붓의 계곡은 사철 초록에 잠겨 있다. 그 초록 한가운데에 잘게 쪼갠 대나무 널을 촘촘히 겹쳐 인 지붕 하나가 얹혀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여러 갈래 꽃잎으로 갈라진다. 꽃잎의 끝은 뾰족하게 아래를 향해 있고, 가운데는 능선처럼 나직이 팬다. 양 끝이 위로 들리자 전체 윤곽은 막 벌어지기 시작한 봉오리 한 송이에 가까워진다. 연꽃을 변화와 깨어남의 오랜 상징으로 읽었다고 설계자는 설명한다. 상징을 형태로 옮기는 시도야 흔하지만, 이 지붕에서는 상징이 그대로 구조가 되었다. 최소한으로 딛는 바닥 강을 낀 비탈에 건물이 앉았으므로, ..
AR-AR Martínez Arquitectura y Paisaje + MEC Arquitectura + Fiallo Atelier-Water Tales Text description provided by the architects. Through a landscape project that includes a pair of contemplation shelters, Campano Frío is an initiative to reforest and restore an area of cloud forest. Located in a rural zone of the municipality of Villamaría, Caldas, along the Cóndor Route, the site sits within ..
"다 풀고 났을 때 그 해답이 아름답지 않다면, 나는 그것이 틀렸음을 안다." —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 Carried by Scales, Emptied Within언덕 위에서 세 갈래로 벌어지다 청두 외곽, 나직한 구릉이 겹겹이 이어지는 자리에 은빛 덩어리 하나가 올라앉아 있다.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 전시관과 곁의 전망탑이 한 쌍으로 눈에 들어온다. 두 건물은 쓰촨성에 들어설 신도시를 미리 알리는 표지다. 청두 미래과학기술도시(Chengdu Future Science and Technology City)라 부른다. 도시는 아직 공사 중이어서, 방문객은 완성된 거리 대신 이곳에서 앞으로 올 풍경을 먼저 만난다. 평면은 삼각형 바람개비를 닮았다. 세 갈래로 뻗은 전시홀은 저마다 다른 쪽으로..
"삶이 먼저이고, 그다음이 공간이며, 건물은 마지막이다. 반대 순서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 얀 겔(Jan Gehl), 『사람을 위한 도시』Nikken Sekkei-Machida Station Area Community Hub “Hatmachida”차를 위해 넓힌 길마치다는 도쿄 서쪽에 붙은 통근 도시다.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라마치다 대로는 애초에 자동차를 위해 그어진 길이다. 차가 빠르게 흐를수록 걷는 사람의 자리는 얇아졌고, 도심을 오가던 발길은 머무를 데를 찾지 못한 채 흩어졌다.도시를 이루는 요소 가운데 도로만큼 단단하게 제도화된 것도 드물다. 폭과 경계와 용도가 법으로 묶여 있어 좀처럼 손대기 어렵다. 닛켄셋케이가 이 대로의 한 귀퉁이에 22.7제곱미터, 약 6.9평의 건축을 밀어 넣은 ..
이 땅을 가볍게 밟고 지나가라, 글렌 머컷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 몸을 낮추다 Carmen Maurice Architecture — Stable, Mayenne프랑스 서북부 마옌(Mayenne), 라세레샤토(Lassay-les-Châteaux)의 오래된 마사 두 곳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좁아진 마방과 부족한 축사, 비효율적인 동선, 낡아가는 구조체가 두 파트너의 활동을 옥죄고 있었다. 카르멘 모리스 아키텍처(Carmen Maurice Architecture)는 그중 한 파트너의 말들을 위한 새 마사를 짓기로 했다. 그 결정 덕분에 기존 역사적 건물은 비로소 보수와 보존의 여유를 얻었다. 훈련 트랙과 건초 창고 같은 공용 시설은 여전히 두 파트너가 함께 쓴다.새 건물은 부지 북동쪽 끝, 마옌 북부의 탁 ..
땅을 가볍게 딛어라.— 글렌 머컷(Glenn Murcutt) GOA (Group of Architects)-The Earth Valley Theater산을 따라 내려가는 길 중국 도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싱, 그 곁을 둘러싼 밍링 산맥의 골짜기 사이로 9200제곱미터 규모의 야외극장이 자리한다. 어스 밸리 시어터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인간과 새가 함께 머무는 하나의 풍경으로 설계되었다. 건축과 조경의 경계를 지우는 총체적 예술작품, 즉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로 구상된 이곳은 새를 가두는 전통적인 사육장의 발상을 완전히 뒤집는다.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사람과 새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살아 있는 랜드아트로 기능한다. 방문객의 여정은 북쪽 입구에서 시작된다. 동서로 길게..
"건축은 빛 속에 모인 매스들이 펼치는 능숙하고 정확하며 장엄한 유희다."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Wittfoht Architekten-Neckarbogen Neighborhood Parking Garage도시의 모서리에서 일렁이는 빛 하일브론(Heilbronn)의 새 도시 구역 네카어보겐(Neckarbogen)을 걷다 보면, 거리 끝에서 한 덩어리의 은빛 건물이 빛을 따라 천천히 일렁이는 장면과 마주한다. 절곡한 타공 금속 패널이 저마다 다른 깊이로 접히며 표면을 덮고, 그 위로 햇빛이 미끄러질 때마다 건물은 수면 위로 번지는 잔물결처럼 살아 움직인다. 멀리서 보면 가볍고 투명한 막 같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끝으로 만져질 듯 또렷한 입체의 질감이 드러난다. 도시의 새 구역에 강렬..
"나는 감정의 건축을 믿는다. 건축이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루이스 바라간 gh3*-O-day'min Park Pavilion주차장이 공원이 되기까지 에드먼턴 도심, 빠르게 변모하는 웨어하우스 캠퍼스 지구에 새로운 공공의 자리가 열렸다. 한때 아스팔트로 뒤덮인 노상 주차장이던 땅이 활기를 머금은 오데이민 공원으로 바뀐 것이다. 에드먼턴시가 의뢰한 이 공원은 낮은 밀도의 산업 부지를 밀도 높은 복합 주거 커뮤니티로 이끄는 전환의 촉매가 된다. 공원과 그 안의 파빌리온은 도심 생활을 떠받치고 지역의 정체성을 세우려는, 눈에 잘 띄는 초기 공공 투자다. 동시에 새로운 공공 영역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를 도시에 처음으로 내보이는 선언이기도 하다. 붉은 볼트, 공원..
"건축은 풍경이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엔릭 미라예스 (Enric Miralles) Comas-Pont arquitectes-Landscape Staircase in the Vall del Pardís사라진 길의 기억 스페인 카탈루냐 만레사(Manresa), 카르데네르강(Cardener River)이 굽어 보이는 절벽 위에는 한때 사람들이 오가던 오솔길이 있었다. 1522년, 이냐시오 데 로욜라(Ignatius of Loyola)는 이 길을 걸으며 훗날 영신수련(Spiritual Exercises)의 씨앗이 될 사유를 키웠다. 도시 레스 에스코디네스(Les Escodines) 구역의 여성들은 이 길을 따라 카르데네르강으로 내려갔다. 폰트 벨(Pont Vell)과 크레우 델 토르트(Creu d..
"나는 건물을 지우고 싶다. 풍경이 건축보다 더 강하게 말하도록."— 구마 겐고 (隈 研吾) CSWADI-Main Pavilion of the International Horticultural Exhibition 2024 Chengdu땅과 물이 만나는 자리 중국 청두 동부 신구, 강샤호(錦霞湖)를 끼고 완만하게 펼쳐진 구릉지에 2024 청두 국제원예박람회의 심장부가 자리한다. 중국서남건축설계연구원(CSWADI)이 설계한 주관 파빌리온은 연면적 2만 3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형 공공건축으로, 박람회 폐막식과 국제 화훼 경연, 국제 포럼을 아우르는 핵심 무대가 되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시민 문화 센터로 전환되어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 예정이다. 설계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사천(四川)의 자연과..